삼성특검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이건희 회장이 전격 퇴진하면서 삼성그룹이 오너 공백에 따른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이 회장의 퇴진과 함께 이재용 전무도 해외사업장 근무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당분간 과도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거 오너공백을 겪어왔던 그룹들의 대처 방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2006년 4월 정몽구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별도의 대책기구를 구성하거나 권한 대행을 정하지 않고 '각사(各社) 경영체제'로 운영했다.
이는 비상대책기구 등을 통해 집단경영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계열사별로 분야가 다르고, 주요 사안을 오너가 아닌 사람이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수 권한대행 체제 또한 그동안 정 회장이 계열사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경영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도입을 포기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5년 7월 형제간 투서로 촉발된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자 박용성 그룹 회장이 11월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사임하면서 비상 국면을 맞았다.
두산그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주)두산 유병택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계열사 CEO 7명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투명경영 TF팀을 운영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 두산은 이어 ㈜두산을 3년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각사는 과거 그룹형태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한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을 수행하고 그룹 회장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로드맵을 발표했다.
SK그룹은 2003년 2월 최태원 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구속됐을 당시 그룹 회장직은 손길승 회장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 경영에 공백은 없었다.
그러나 2004년 1월 손길승 회장까지 구속됐을 때는 보석으로 풀려나 경영활동에 복귀한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5명으로 구성된 SK경영협의회를 발족해 경영관련 사안을 협의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김승연 회장이 보복 폭행 사건으로 불가피한 부재 상황이 발생하자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커다란 경영 현안을 챙기고 회장단이 자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 때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 책임하에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운영됐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 유고상황이 발생했던 그룹들의 극복과정은 저마다 다 다르다"면서 "삼성의 경우도 다른 그룹들의 과거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그룹의 역사나 조직문화, 인적구성, 오너의 유고를 초래한 원인 등이 다른만큼 극복대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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