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 재계 지배구조 영향은

2008-04-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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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경영' 유지... 시민단체 등 압박 거세질 듯


삼성그룹이 '경영쇄신'의 일환으로 사실상 ‘황제경영’을 일선 후퇴와 그룹의 전략기획실 해체를 결정하면서 황제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장기적이긴 하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재벌그룹에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아직까지 황제경영 그룹이 지주회사로서의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삼성그룹이 그룹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상황에서 이들 그룹사에 대한 대외 압력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롯데, 금호아시아나, 한진, 한화 등 상당수 그룹들은 다양한 이름의 그룹총괄기구를 두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재 1인 중심의 그룹경영도 계열사간 독립경영을 유지하고 있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체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순환출자문제가 대두대고 있고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선언을 계기로 재벌 재배구조 변화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압박은 한 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06년 9월부터 1실 3담당 7팀에 100명 규모의 기획조정실을 운영 중이며, 롯데그룹은 명목상 롯데쇼핑 소속인 정책본부가 비서실, 홍보실, 인사담당 등을 그룹 총괄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화그룹도 전략경영본부, 경영기획실을 각각 두면서 실질적인 그룹 총괄을 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한결 같이 그룹 총괄기구에 대해 "그룹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진출, 브랜드 관리 및 홍보, 인사 등 최소한의 계열사간 조정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계열사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있어 과거 계열사 통제 업무 위주였던 비서실이나 기조실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들 총괄기구가 여전히 사장단을 비롯한 계열사 핵심 임원에 대한 인사, 경영감사, 재무통제 등 비서실이나 기조실의 막강한 권한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무소불위'의 기구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그룹사들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의 전략기획실 해체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이들 기업은 "비자금 조성 등이 밝혀져 총수가 사법처리 대상이 된 삼성그룹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잘못"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 변경은 정치권과 사회여론의 압력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현정부가 각 그룹의 의사에 반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낮아 현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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