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동물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생존 비법을 갖고 있다.
작고 약한 동물들은 자신의 모습이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 색깔이나 무늬를 주위와 비슷하게 바꾸는 위장술, 바로 보호색이다.
보호색 위장술의 대가는 카멜레온이다. 카멜레온은 사는 장소에 따라 몸의 색깔을 그때그때 바꾼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녹색을 띠며 나뭇가지에 천연덕스럽게 매달려 있다. 사막 같은 곳에서는 갈색을 띤다.
먹을 수 없는 나뭇가지나 새똥처럼 보이게 변하는 동물들의 ‘의태’ 위장술도 훌륭한 피신법이다. 대표적인 곤충이 올빼미나비다. 나무줄기에 앉아 있을 때, 올빼미나비의 날개의 무늬는 꼭 올빼미의 눈과 닮았다. 뒷부분의 날개를 눈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올빼미 눈과 얼마나 똑같은지 가짜 눈을 본 천적의 새들이 올빼미로 알고 그냥 지나친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교묘하게도 새똥인 척 위장함으로써 새의 눈을 피한다. 애벌레를 탈피해 번데기가 될 때까지는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의 색에 따라 색을 바꾼다.
바다 생명체의 위장술도 육지 못지않다. 이 중 문어는 보호색과 의태를 모두 활용할 줄 아는 위장술의 달인이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 있으면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 해안에 서식하는 ‘인도네시아 문어’는 천적이 나타나면 두 다리로 밑바닥을 걸으면서 여섯 개의 다리로는 공처럼 몸을 말아 마치 코코넛처럼 보이게 한다.
눈에 띄지 않으려는 기본 법칙과 달리 오히려 화려하거나 선명한 색을 과시하며 튀는 전략을 취하는 동물이 있다. 화려한 색은 곧 독을 가졌음을 알리는 경고색인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위장술이 판치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남으려는 동물들의 위장술의 지혜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