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앞다퉈 MB노믹스 '코드 맞추기'

2008-04-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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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하 등 민생 살리기 동참 <BR> "관치금융 재연" 비판도

이명박 정부가 올해 서민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국책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민영화 등 국책은행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들을 정부가 좌지우지 하고 있어 국책은행으로서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서비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돼 반가울 수 있지만 또다른 방식의 관치금융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신용카드의 할부, 현금서비스, 리볼빙 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율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할부 수수료율은 종전 11.5∼21.9%에서 9.9%∼20.9%로 변경된다. 최저 수수료율과 최고 수수료율이 각각 1.6%포인트, 1.0%포인트 가량 인하돼 고객들의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율도 8.8∼26.9%에서 8.8∼26.0%로 변경돼 최고 수수료율이 0.9%포인트 인하된다.

최고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은 이달 초부터 '서민섬김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고액예금자를 우대하는 것과는 달리 가입금액을 최고 2천만원으로 제한하고 소액예금이라도 최고 연 6.0%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출시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서민'과 '섬김'이라는 단어가 상품명으로 사용돼 코드 맞추기 상품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국책은행 민영화 작업의 중심에 서 있는 산업은행도 자회사를 통해 서민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이르면 이달 안에 소액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수료율을 업계 최저치인 0.024%보다도 20.83%(-0.005%포인트) 낮은 0.019%까지 내리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하를 추진해 온 대우증권은 사실상 최근 증권업계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정부는 국책은행들의 노력을 추켜세우며 다른 금융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HTS 수수료 인하 결정에 정부가 관여한 바는 없지만 금융산업 선진화라는 큰 틀 안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책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 등이 제시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대부분 증권사가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며 "현재 업계 최저치에서 0.001%포인트만 인하해도 마케팅 효과가 상당할 텐데 추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20% 넘게 내리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은행을 압박해 금융서비스 비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전형"이라며 "수수료 인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차피 인하될 수수료를 미리 내리는 것은 정부를 상대로 생색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들은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며 코드 맞추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율 변경은 신용등급 간 수수료율을 조정해 타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코드 맞추기나 관치금융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너무 정치적인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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