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오승아는 내게 오아시스 같은 역"

2008-04-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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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TV '온에어'의 도도하고 까칠하며, 예의라고는 없는 톱스타 오승아. '국민 요정'이라 추앙받지만 연기력이 모자라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사실은 속에 깊은 외로움을 간직한 이 캐릭터는 데뷔 12년 차의 김하늘을 또다시 날아오르게 했다.
   
 

   비행 중에 잠시 연합뉴스에 착륙한 김하늘과의 유쾌하고 풍성했던 대화를 소개한다. 그는 한 시간 내내 씩씩하고 생기 넘쳤다.

   --실제로는 '국민 요정'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극중에서라도 기분 좋겠다.

   ▲진짜 미치겠다. 부끄러워 죽겠다. '국민 요정'이라 불렸던 적 절대 없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국민 요정'이 가당키나 한가(웃음). 하지만 극중 승아는 스물여섯 살이니 '국민 요정'이라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내가 어느새 즐기고 있더라. 처음에는 '국민 요정'이라는 대사만 나오면 얼굴이 빨개졌는데, 언젠가부터 "와~ 오승아다!"라고 주변에서 연호하면 내 얼굴이 싹 펴진다. 실제로 '국민 요정'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취해버린다. 내가 오승아에 취할 때는 옆 머리카락을 귀 뒤로 우아하게 넘기는 몸짓이 절로 나온다(웃음).

   --김하늘의 힘을 다시 느꼈다. 오승아는 분명 눈에 띄지만 사랑받기는 힘든 캐릭터다.

   ▲실제로 작가님은 내가 이 역으로 욕을 먹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과연 욕을 먹을까요?'라며 의아해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오승아에 완전히 빠져버렸고 이 아이의 매력을 캐치했다. 오승아는 싸가지는 없지만 쿨하고 외로운 아이다. 악녀가 아닌 것이다. 오승아의 외로움과 아픔을 표현하면 캐릭터에 설득력이 부여될 것이라 믿었다. 오승아는 새로운 캐릭터에 목말라 있던 내게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그런 오승아가 노래방 장면에서 완전히 망가졌다. 천연덕스러운 고성방가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원래는 노래를 잘하지 않나.

   ▲그 장면 반응이 굉장히 좋아 놀랐다. 원래 지문에는 '섹시한 춤을 멋지게 추는 승아'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오승아가 그 대목에서 섹시한 춤을 추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난 춤을 코믹하게는 출 수 있어도 섹시하게는 절대 못 춘다(웃음). 감독님과 상의하다 노래를 하는 것으로 바꿨고, 세상에서 혼자 잘난 오승아가 고음을 제대로 소화 못하면서도 자신은 잘하는 줄 알고 뻔뻔스럽게 고성방가하는 것으로 연기했다. 내가 노래를 잘하지는 않는데 고음은 좀 올라간다. 거기서 그 신을 착안했다.

   --몸매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저 바짝 말랐다면 '온에어'에서는 'S라인' 몸매를 뽐내고 있다. 어떻게 된 건가.

   ▲운동한 지 3년 됐다. 사실 초반에는 운동을 한다는 말도 잘 안했다. 사람들이 믿지도 않았다(웃음). 트레이너를 잘 만나 내 몸의 장점을 살리게 된 것 같다. 몸이 너무 약하고 자세도 교정해야겠기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요즘은 운동이 참 재미있다. 하루에 유산소 운동 포함해 두 시간 정도 한다.

   --오승아는 다이어트에 스트레스 받고 닭가슴살 위주의 식단에 괴로워한다. 김하늘도 그런가.

   ▲전혀 아니다. 맛있는 것은 다 먹는다. 운동을 하니 식욕이 왕성해진다. 술은 원래 안 마시고 그외에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잘 안 먹었다.
--S라인 몸매를 한껏 드러내는 예쁘고 화려한 옷들을 소화하고 있다.

   ▲정말 좋다. 평소 안 입어봤던 옷들이고 또 오승아는 뭘 입어도 이해가 되는 캐릭터라 옷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한껏 멋부려서 좋고 그런 와중에 내게 어울리는 게 뭔지 알게도 된다. 사실 '온에어' 하기 전까지는 평소에 트레이닝복에 티셔츠 차림을 즐겼다. 뭘 갖춰 입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오승아를 연기하면서는 어딜 가든 옷에 신경 쓰고 간다. 배우는 환상을 심어주는 직업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오승아와 김하늘의 다른 점을 단적으로 세 가지 발견했다. 노래 실력, 연기력, 독서량이다. 데뷔 이후 '연기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않았다.

   ▲SBS TV '해피 투게더'(1999)를 기억 못하시나요(웃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정말 고맙게도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발전했다' '좋아졌다'고 말해주셨다.

   --오승아는 소설가 아멜리 노통이나 폴 오스터를 모른다. 그러나 김하늘은 독서광 아닌가. 요즘도 모자 눌러 쓰고 시내 대형서점을 찾나.

   ▲즐긴다. '온에어' 촬영 전에도 가서 한아름 사왔다. 인터넷도 잘 못하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직접 서점에 가서 책에 파묻혀 고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서점의 기운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간다. 혼자 가는 경우도 많은데 모두 책에 빠져 있어 날 알아보지 못한다. 극중에서 운동할 때 쓰는 헤드폰도 내가 거기서 산 것이다. 아멜리 노통 책은 많이 읽었는데 폴 오스터 것은 안 읽었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루 코엘류다. 코엘류 책을 읽다가 (순례길로 이름난)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떠나겠다고 호들갑을 떨어 식구들이 말린 적도 있다(웃음).

   --오승아는 연기를 못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그렇게 똑부러지게 말을 잘하는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

   ▲승아는 연기마저 잘 할 필요가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노력을 안 했을 뿐인 것 같다. 전 매니저 밑에서 돈 버는 기계 취급을 받았고 CF만 찍어도 돈 많이 벌고 '국민 요정' 소리를 들으니 그 이상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기준(이범수 분)이라는 매니저를 만나면서 배우로서 연기를 못한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까칠하게 구는 오승아에게 PD와 작가가 모두 쓴소리를 늘어놓았다. 배우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공감했다. '언제까지 인기 있을 것 같냐. 너도 늙으면 이모나 이혼녀 역을 하게 될 거다'나 '여배우에게 가장 무서운 건 스캔들이 아니라 연기력'이라는 대사는 배우에게 너무나 무서운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배우는 연기를 잘해 야한다는 것이다(웃음). 예쁜 외모나 이미지는 세월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중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스타는 기본적으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잘 듣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진짜 그렇다. 특히 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욕을 많이 먹고 오해도 많이 받는 편이다.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화사하게 웃어주는 분들이 있는데 난 그게 잘 안된다. 길에서 누가 '하늘 씨 예뻐요'라고 말해도 거기에 '고마워요'라는 말조차 잘 못하는 게 나다. 하지만 '온에어'를 하면서 그러면 안되겠다는 것을 느꼈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온에어'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실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시청자는 잘 모른다. 한 컷을 찍기 위해 배우와 스태프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지, 시청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런 것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 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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