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역사는 3300년 전 이집트에서 두 물체 사이에 송진이나 식물의 액체 성분을 넣어두면 재료가 붙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시초다.
이후 개발된 접착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발전해 왔다. 먼저 녹말풀 등과 같이 고분자를 용액으로 사용하는 것, 두 번째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 비스아크릴레이트 등과 같이 처음에는 저분자의 액상이던 것이 붙은 다음 중합반응으로 고분자가 되는 것, 마지막으로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나 폴리아미드와 같이 고분자의 고체를 가열해 용융시켜 붙이는 것이다.
액상 접착제는 접착력을 억제하는 안정제가 들어있는 보관 용기 안에 있다가 공기나 물속에 노출되면 낱개 분자들이 수백~수천 개로 결합하는 중합반응을 일으키면서 결합한다.
이와는 다른 형태로 바이오칩이나 바이오센서를 만들 때 쓰는 접착제는 ‘포스트잇’처럼 붙였다 떼었다하는 ‘아비딘-비오틴 접착제’다.
또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와 고영호 조교수팀이 미국·일본과 공동연구로 인공 수용체인 쿠커비투릴과 페로센 유도체를 결합시켜 개발한 새로운 인공복합체는 결합력이 아비딘-비오틴 접착제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기존 접착제가 갖고 있는 여러 단점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인공 접착제가 실용화되면 DNA칩을 제작할 때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이고 면역실험이나 항원 정제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나노크기의 미세한 털을 이용해 미끄러운 창문이라도 거침없이 기어오르는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이나 홍합 등을 보고 고분자 실리콘에 미세한 나노 공정을 가해 접착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거나 고분자 물질과 아미노산 물질(DOPA)을 함께 쓰는 접착제를 개발하는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기도 한다.
이들 접착제는 강한 접착력을 가지면서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물속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창문을 기어오르는 로봇이나 물속에서도 오래가는 밴드 같은 의료산업에 널리 응용될 전망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