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 시장 위축에도…현대차그룹 R&D·설비 공격 투자로 초격차 확보
2025-01-09 17:27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파죽지세로 해외로 외연을 확대하는 중국산 전기차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관세 부과 기조가 현실화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고 전기차 캐즘에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30%대로 나타났다. 보조금이 폐지되면 자체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고 이 경우 수익성은 악화한다. 팰리세이드, 투싼, 스포티지, 카니발 등 고부가가치 차량도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관세 부과에서도 영향권에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유럽에선 500만원대 저가 차량부터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 차량까지 300개 이상의 중국산 전기차 모델이 판을 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11월 유럽 판매량은 10.5% 줄었고 스텔란티스, 폭스바겐은 구조조정과 함께 전기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BYD는 오는 16일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며 올해 2% 성장이 예상되는 내수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과 마케팅 등을 두고 눈치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글로벌 무역·통상 질서 변화을 앞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하이브리드 신차,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등에서 공격 투자를 이어가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과 빠른 실행, 도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다.
올해 투자액 24조3000억원 중 47.3% 비중인 11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배정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현대차그룹은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2,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개발해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제너럴모터스(GM), 볼보, 포드 등이 전기차 전환을 늦추는 새 현대차는 2030년까지 21개 모델을, 기아는 2027년까지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도 본격화한다. 송창현 포티투닷 사장은 신년회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뚜렷한 결과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신생 전기차들이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라면서 2026년까지 SDV 양산차를 생산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경상 투자에는 12조원을 배정했다. 투자의 초점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생산 설비 확보로 이를 통해 국내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해 미래 먹거리인 PV5 생산에 착수한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기아 광주공장에서는 각각 아이오닉 9과 EV5를 생산하고 스타리아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울산공장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많은 수준의 신차를 출시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