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임시주주총회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꺼내든 ‘집중투표제’를 두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이 사실상 마지막 회심 카드로 평가되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향후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과 MBK·영풍은 오는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건을 두고 치열한 표 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보호 조항 명문화와 집중투표제 도입, 분기배당 등 주주권익 강화를 비롯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이사 수 상한 설정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MBK와 영풍 측은 집행임원제 도입과 현행 13명의 이사에 더해 14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안을 안건에 올렸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자 신규 이사 복수 선임 시 주주가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5명 선임 시 1주당 5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데, 해당 주주가 의결권 5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MBK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집중투표제가 가결되면 같은 날 표결을 진행하는 이사 선임 안건에 즉시 적용돼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인물을 더 많이 이사로 선임해 경영권 분쟁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지분율은 40.97%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추정 지분율 33.85%보다 약 6%가량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고려아연은 현재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고 사의를 표명한 성용락 사외이사 자리를 포함해 7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MBK·영풍 측보다 많은 이사를 신규 선임해 향후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MBK와 영풍 측이 집중투표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MBK와 영풍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2호, 제3호 의안 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함이 아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상 1대, 2대 주주가 주식의 80~90%를 차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일반 소수 주주 의견이 이사 후보 선정에 반영되긴 어렵기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지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집중투표제는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상대적으로 보유 주식 소유자가 더 많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