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하루 남기고 공개 토론...논란 자초한 방만 행정

2025-01-07 08:51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방만한 행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8일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지난 2013년 실시된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이후 무려 12년 만에 경선이 치러진다. 4선 도전에 나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기호 1번)을 비롯해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기호 2번), 허정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기호 3번)이 도전장을 냈다.

그렇기에 세 후보 간의 중심은 대한축구협회가 잡아야 한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을 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이미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가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를 향해 아쉬운 목소리를 표출했다.
 
선거 하루 전에 공개 토론?…"규정이 없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와우갤러리]

대한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는 7일 대한축구협회장 공개 토론을 연다. 

공개 토론은 신 교수가 지난달 6일 제안했고, 허 전 감독이 곧바로 응했다. 정 회장도 지난달 19일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토론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사실상 세 후보의 약속은 이때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공개 토론은 3주 가까이 흘러 펼쳐지게 됐다. 선거운영위원회는 "공개 토론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신 교수는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회를 제의했고, 3명의 후보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선거운영위원회는 '후보자들이 신청하지 않았다'는 궤변으로 정작 선거를 하루 앞두고 3자 토론을 개최한다고 한다. 해괴하기 짝이 없는 어불성설 주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선거 하루 전쯤이면 보통 선거인단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개 토론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대한민국 축구의 산실' K리그 선수 및 관계자들, 선거권 행사 못하는 '아이러니'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 [사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투표는 사실상 기권표가 될 확률이 높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지난달 30일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들도 축구협회장 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사전 투표 및 온라인 투표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선거운영위원회 측은 "온라인 사전투표는 전혀 근거가 없다. 어떤 체육단체도 온라인으로 투표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대한축구협회장은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다. 그런데 대한민국 축구의 산실인 K리그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투표가 제한되게 생겼다.
 
결국 법적 공방까지…선거인단이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 발생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감독이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허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허 전 감독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가 진행한 가처분 신청 첫 변론 기일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일정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 선거운영위원회 구성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인단이 194명에서 173명으로 줄어든 것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인단에 포함된 일부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법원에서 "관련 공고를 모두 이행했다. 누락된 절차가 전혀 없다. 선거운영위원회는 독립성이 보장됐다.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며 항변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9일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몽규 회장 선거사무소]

이번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현직 회장인 정 회장이 나서기에 더 공정한 선거가 펼쳐져야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을 제외한 두 후보가 선거운영위원회의 행정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 회장이 당선되더라도, 깔끔하지 못한 승부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