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힘' 재확인...美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재선출

2025-01-05 14:29
218표로 119대 의회 하원의장 선출…트럼프, 전화로 '존슨 반대파' 돌려세워

마이크 존슨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선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 연방의회 장악력을 증명했다. ‘트럼프 충성파’인 마이크 존슨 현 하원의장과 대립하던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의 막판 전향을 전격 이끌어내면서 존슨의 하원의장 연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은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119대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218표를 얻어 215표를 얻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를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과반인 218표 이상이 필요하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219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체 선출이 가능했지만, 존슨은 이탈표가 2표만 나와도 승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10여 명의 당내 초강경파가 존슨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기에 존슨의 재선출 여부는 불투명했다.

실제 투표가 시작되자 공화당 소속 의원 3명이 이탈했다. 반대표를 선언한 토머스 매시(캔터키) 의원 외에도 키스 셀프(텍사스) 의원과 랄프 노먼(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이 다른 후보를 선택하면서 존슨 의장은 216표를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모두가 투표했음에도 공식적인 투표 종료가 선언되지는 않았다. 이 사이 트럼프가 직접 이탈자들과 통화하며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공식 투표 종료 전에 셀프·노먼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소통했다. 이후 두 의원은 자신의 표를 ‘존슨 지지’로 각각 바꿨다.

결국 존슨은 정확히 과반인 218표를 확보하며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됐다. 트럼프가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디 빅스(애리조나) 의원은 미 CNN 방송에 “트럼프의 지지가 없었다면 존슨이 재선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하원의장 선거에 대해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며 존슨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고, 존슨은 “트럼프는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오는 20일 트럼프가 취임하면 공화당은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른바 ‘통합 정부’를 꾸리게 된다. 공화당은 100석인 상원에서 53석, 435석인 하원에서 219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하원에서 공화당이 가진 219석 대 215석(민주당)의 박빙 우위 속 험로도 예상된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220석을 확보했지만 트럼프가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던 맷 게이츠(플로리다) 의원이 스캔들 속 낙마한 뒤 의원직을 사퇴해 219석으로 줄었다. 여기에 엘리스 스테파닉(뉴욕) 의원이 유엔대사로 지명됐고,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의원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트럼프가 낙점하면서 219석 중에서도 2석이 공석이 될 전망이다. 미 ABC뉴스는 “소수의 하원의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게 된다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1표 차이로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에 소속된 공화당 하원의원 10여명 중 불과 2명만 존슨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어도 과반이 깨지는 상황에서 존슨이 초강경파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미국 뉴욕 법원은 10일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다. 대통령 취임식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현지 법원은 트럼프에 대해 당선자 신분을 고려해 징역형은 배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측은 미 대통령이 가지는 것으로 유권해석된 형사상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즉각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