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도 못 살린 삼성전자...外人 2025년에도 순매도

2025-01-02 15:53
'미래로봇추진단' 신설에도 외국인·기관 매도세 지속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국내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미래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본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로봇 사업이 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38%(200원) 오른 5만3400원에 장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524억원, 830억원 순매도했다.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 심리가 몰린 것과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14.7%의 지분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콜옵션 행사해 보유 지분을 35.0%로 늘려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상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미래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로봇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성장 동력을 로봇으로 꼽고 상반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용 소형컴퓨터 '젯슨 토르' 출시를 예고했다. 테슬라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BCC는 현재 780억달러(약 114조원) 규모인 로봇 시장이 2029년 말 1650억달러(약 242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AI가 적용된 휴머노이드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새해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날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5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목표가를 8만3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낮은 경쟁력이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이 초기 단계에 불과해 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과거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지만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결국 본업의 성과가 핵심인데 삼성전자는 HBM 양산 일정 지연과 스마트폰·PC 수요 둔화, 그리고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이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