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레볼루션 코리아] '초광역 경제권'으로 불균형 해소…비수도권 거점 투자 '핵심'

2025-01-02 05:00
수도권 인구 80% 50만 대도시 거주
비수도권 중소도시 243만1000명 감소
부산 생산성 1% 증가땐 울산도 1.1%↑
"거점 투자땐 인구 증가·산업 활성화"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23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인구 증가와 중소도시 인구 급감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수도권 공화국'이 됐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으로 '초광역 경제권'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비수도권에 대한 투자를 통해 거점 투자 효과를 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제2·제3의 경제수도 육성해야···'초광역 경제권' 해법 부상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통합적 지역 발전을 위한 초광역권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인구 50만명 이상인 대도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었다. 반면 비수도권에 있는 인구 5만~20만명 소도시 인구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인구 80%가 인구 50만명 이상인 도시 13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비수도권 중소도시 인구는 243만1000명 줄어들었다. 중소도시 대다수가 5만명 이하 농산어촌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초광역 경제권'을 조성해 제2의 경제수도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초광역권이란 여러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 도시·경제권역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구역은 분리돼 있지만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유기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초광역권 조성 흐름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유럽연합(EU)의 초지역 협력사업, 영국의 지자체 연합, 프랑스의 메트로폴, 미국의 광역도시권 육성 등을 들 수 있다. 

유럽의 초지역 협력사업은 △초국경 △초국적 △초지역 △초외곽지역 협력 등 4가지 형태로 진행 중이다. 2021년 시작된 6번째 사업은 2027년까지 15조1000억원 규모로 100개 내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웃인 일본도 마찬가지로 초광역권 거대도시권역 형상에 매진하고 있다. 도쿄부터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광역대도시권을 잇는 초광역거대도시권역 육성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부터 초광역 경제권 구상 등 광역적 공간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요국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초광역발전계획과 '국토기본법'의 초광역권계획, '지방자치법'의 특별지방자치단체 등 각 부처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1극 체제다.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이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전국을 5~7개 초광역 경제권역으로 만들고 국가산업단지 혹은 혁신도시 등을 포진시켜 자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생산성 1% 오르면 울산도 1.1% 상승···거점 투자 효과

비수도권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투자해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 성장 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비수도권 대도시의 생산성이 1%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부산의 생산성이 1% 개선되면 경남과 울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각각 0.9%, 1.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남의 생산성이 1% 개선됐을 때 부산과 울산의 GRDP는 각각 0.50%, 0.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수도권 대도시가 수도권보다 GDP 효과가 큰 것은 비수도권 대도시에서 인구 유입에 따른 혼잡비용이 더 작기 때문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한다. 다시 말해 다른 지역 인구를 흡수해 다른 지역 성장을 구축하는 수도권과 달리 일부 비수도권 대도시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 광역권 내 인근 지역 성장에 더 기여한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이전 효과도 비수도권 중소도시보다 대도시 지역에서 더 컸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대도시 소재 혁신도시의 계획인구 달성률, 가족 동반 이주율 등 성과지표가 대도시에서 먼 외곽신도시형 혁신보다 높았다"며 "향후 공공기관 이전이 추가로 진행된다면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의 지역공공투자는 소도시·군 등 저개발 지역 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도시에 오히려 과소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역내총생산 대비 공공투자 비율을 보면 비수도권 대도시는 2011~2021년 연평균 1.4%에 불과했다. 중견도시(3.9%)나 소도시·군(16%)보다 크게 낮았다.

소수 거점도시 중심의 투자를 확대해 균형발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점 투자 시 도로와 철도 확장에 따른 교통의 편리성과 접근성이 개선되고 사업체가 증가하는 등 지역 산업이 활성화됐다"며 "그만큼 인구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소수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