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국제선 취항 3주 만에 사고…관제 능력·조류 퇴치에 문제 없었나
2024-12-30 16:16
'조류 충돌 위험' 전략환경영향평가에도 예고…짧은 활주로도 문제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인력은 4명으로, 참사 당일에는 1명의 인원이 조류 퇴치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무안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조류 충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남도가 관리하는 도내 철새도래지 47곳 중 무안공항과 인접한 현경면·운남면 일대는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지역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류 충돌 비율이 다른 공항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문제는 무안공항에 조류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가 한 대도 없었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조류 충돌 예방 설비 중 하나인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 2종의 설비 모두 무안공항에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14개 공항 가운데 조류 탐지레이더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이 지어질 당시 진행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에도 조류 충돌 위험이 예고됐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지난 2020년 6월 등록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공항개발기본계획' 보고서 등에 따르면 공항 운영 시 조류 충돌이 예상된다고 명시돼 있고, 공항 운영 시 조류 충돌 방지 대책 수립도 기재돼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운영 시 조류 이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 필요사항들이 제시돼 있다"면서도 “그간 인력 기준이 운항횟수를 고려해서 기준 설정하고 맞게 운영해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을 점검하고 전반적인 규정이 위배됐는지, 인력 개선 필요성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짧은 활주로 길이도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약 2800m로 기타 지방 공항 대비 800~900m가량 짧은 수준이다. 전남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개항과 동시에 활주로 연장을 요청해왔으나 지난 2022년에서야 활주로 연장 공사가 착수됐다. 현재 2800m이던 활주로가 연장 공사를 통해 3160m로 확장될 예정이었다.
일각에선 비상착륙을 할 때 관제탑과의 소통이나 통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날 관제 교신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관제사 면담 등을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사고 원인 파악에 착수한 상황이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조류 충돌 시점부터 시작해서 항공기 랜딩기어가 왜 작동을 하지 못했는지, 이후 공항의 설계라든가 둔덕과 관련 부분 등에 대해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