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1세대 꿈 넘어: 새 주역들의 글로벌 생태계 DNA"
2024-12-29 18:00
박종석 킬사글로벌 공동대표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DNA는 '수출산업화'를 통해 국가 재건에 기여한 수직적 리더십에 있다. 한국은 냉전 이후 성실한 노동 문화, 정부의 보호 정책,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수출 중심의 중공업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켰다. 그 결과 1세대 기업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최적화된 비용과 시간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50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경제와 산업 생태계는 크게 변했다. 저비용 생산 기지 역할은 중국과 같은 신흥국으로 이동했고,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또한 내수시장 축소와 인구 감소는 국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업가 DNA는 1세대와 다르게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할까.
한국 기업가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DNA는 '글로벌 생태계 리더십'이다. 이는 해외시장을 단순히 판매 대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유저, 바이어, 산업 파트너, 투자자, 정부 등 생태계 참여자들과 다각적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리더십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함께 국가 브랜드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십 수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여전히 50년 전과 같은 판매자·바이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들조차 해외 바이어 발굴과 즉각적인 세일즈 피칭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주역이다. 이들은 내수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생태계에 안착함과 동시에 글로벌 스케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바이어 발굴이 아니라 현지 수요 검증, 테스팅, 비즈니스 모델 구축, 현지 지원 구조 수립 등 체계적인 접근과 전략적 투자를 통하여 현지 생태계에 깊숙하게 파고들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킬사글로벌은 지난 10년간 기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실행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본사로 동남아 5개국에 직영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구축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 초기 대규모 투자 없이도 기업이 글로벌 생태계에 순차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5년은 국내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스케일'을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1세대 기업가들이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DNA로 국가 재건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생태계 리더십 중심의 DNA로 변화해야만 새로운 단계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모든 창업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로 성장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는가?' 글로벌 생태계로의 진출과 비즈니스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DNA로 대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