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韓 증시 탈출] 산타도 어쩌지 못한 '나홀로 부진'...탄핵 이후 이탈 속도 가속

2024-12-25 17:00
올들어 5.2조원 순매도
밸류업에 주가 오르자 매도세 거세
12월 시총 회전율 가장 낮은 11.49%
단기 테마주 위주 투기판으로 전락
단타매매 데이트레이딩도 늘어

S&P500 지수와 개인투자자 국내·미국주식 순매수 규모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탈출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초만 해도 매수 우위로 시작했지만 이후 주가가 조금씩 오를 때마다 장기간 물려 있던 종목들을 팔고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등으로 탈출하고 있다. 특히 탄핵 정국 이후에는 이탈 속도가 더 빨라졌다. 

외국인 투자자까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며 증시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시중자금이 마르자 재무 상황이 안 좋은 기업들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남발하고, 그 결과로 주가가 추가 하락해 남아 있던 개인투자자들마저 "국장 탈출은 역시 지능순"이라는 유행어를 내뱉으며 우리 증시를 등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22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지난 1월 2조861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연초 매수 우위로 시작했지만 이후 매도 우위로 전환돼 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연초 순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코스피에서만 8조원, 코스닥 시장 순매도 규모까지 더하면 총 9조원 가까이를 국내 증시에서 던진 셈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그동안 짓눌렸던 종목들 주가가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은 보유했던 종목들을 순매도했다.

계엄 사태, 탄핵 정국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개인이 연간 순매수를 기록한 코스닥시장에서도 11월과 12월 두 달 만에 1조14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나 홀로 부진'에 빠진 국내 증시에 실망한 개인이 이탈하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 회전율도 낮아졌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해당 기간 중 거래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나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됐는지 보여준다.

올해 월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15.16%로 지난해 16.71%보다 낮아졌다. 연말 '산타랠리'마저 사라지면서 12월 시가총액 회전율은 올 들어 가장 낮은 11.49%를 기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했던 2021년(21.52%)에 비하면 이달 회전율은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 떠난 개인들은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111억5433만 달러(약 16조2000억원)어치 사들였다.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이달에도 14억9385만 달러(약 2조1763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 나스닥지수는 32% 상승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고점을 높여온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조정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매수 우위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자 국내 증시는 단기 테마주를 위주로 한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초전도체를 비롯해 국회의원 선거, 우크라이나 재건, 비트코인,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각종 테마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 엠폭스 재확산 테마주가 과열 양상을 지속하면서 한국거래소가 '투자유의안내'를 발동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도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테마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탄핵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된 6일엔 '이재명 테마주' 이스타코, 오리엔트정공뿐만 아니라 '한동훈 테마주'로 꼽히는 디티앤씨알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양당 대표 테마주뿐만 아니라 우원식 국회의장 테마주까지 등장했다.

주식을 구입한 날 바로 되파는 단타 매매인 '데이트레이딩(당일매매)'도 증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0%대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시장에서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는 40%대를 유지하다 2020년부터 50%대로 올라섰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53%, 5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