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 효과 끝? 中 소비 다시 둔화...투자도 '암울'

2024-12-16 18:37
11월 소매판매, 전년比 3.0%↑...전망치 하회
투자·실업률도 악화...산업생산 "일시적 회복세"
전문가 "트럼프 관세 대비 더 많은 조치 필요"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 [사진=AFP·연합뉴스]


부양책 효과로 반짝 살아나는 듯했던 중국의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됐다. 고용·소득의 선행지표인 산업생산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며 선전했지만, 이 역시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세라는 분석이다. 내수 침체에 트럼프발(發)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부양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소매판매액이 4조3763억 위안(약 862조65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증가율(4.8%)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4.6%에도 못 미쳤다. 중국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10.1%까지 치솟은 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더니 지난 6월에는 2.0%까지 내려앉으며 2022년 12월(-1.8%)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그러다 지난 10월 4.8% ‘깜짝 증가’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회복세가 꺾인 것이다.

종목별로 보면 중국 정부가 9월부터 확대한 이구환신(以舊換新,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 보조금 덕분에 가전제품과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 7% 급증했지만 이외 소비재 판매량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화장품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26% 급락하며 전체 지표를 끌어 내렸고 의류·액세서리·음료·주류 등도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11월은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가 있어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다. 올해는 내수 침체를 우려한 업체들이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광군제 할인 행사에 돌입하면서 ‘광군제 효과’가 이미 지난달 지표에 일부 반영되긴 했으나,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광군제 할인 행사가 앞당겨지면서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달보다 둔화했다”면서도 “대외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국내(중국) 유효 수요 역시 부족해 일부 기업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투자 등 다른 경제지표들도 전부 악화했다. 1~11월 고정자산투자는 46조5839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10월 누적 증가율(3.4%)보다 1%포인트 둔화한 것으로, 지난해 1~12월(3.0%)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9조3634억 위안으로 10.4% 감소했다. 2020년 2월(-16.3%)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도시 실업률 역시 전월 5.0%에서 5.1%로 확대됐다.

그나마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하며 선전했다. 전달 증가율과 시장 전망치 5.3%를 전부 웃돌았다. 다만 이 역시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업체들이 미리 주문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일시적인 회복세라는 분석이다. 미셸 람 소시에테제네랄 중화권 이코노미스트는 “산업 생산 안정화는 미국 관세 부과에 앞서 일부 주문이 선행 투입된 데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은 성장세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실물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부양책 필요성은 더 커졌다. 특히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의 4분의 1 이상을 기여한 수출이 위기에 놓이게 될 만큼,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삭소 마케츠의 차루 차나나 수석투자전략가는 "(11월 경제지표는) 기업,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앞으로의 관세 위험 이후에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중국 공산당은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재정적자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별채권의 발행을 늘리는 적극 재정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또 통화정책 기조를 ‘온건’에서 ‘적정 완화’로 14년 만에 전환하는 등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