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 박달준공업지역 노동자 연대 대규모 집회

2024-12-12 16:56

[박달준공업지역 향토지역 노동자연대는 11일 안양시청 앞에서 안양시가 추진하는 ‘박달 지식첨단산업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안양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박달·지식첨단산업단지 개발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안양시청 앞에서 11일 개최되었다. 이 지역에는 노루페인트, CJ프레시원, 코카콜라, 하이트진로 등 20여 개 기업이 위치해 있는데, 이번 개발 사업으로 인해 3천여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박달준공업지역 향토기업 노동자 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폭설과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3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15년간 박달 준공업지역에서 일해온 A씨는 “15년 동안 땀 흘려 일해온 내가 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야 하느냐. 우리 가족들의 생계와 집 대출 문제까지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다”고 울먹이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는 “안양시가 개발 명분으로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아파트 짓고 분양권 팔려는 것 아닌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정작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다. 무작정 나가라고 하는 게 과연 맞는가”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홍순철 박달 준공업지역 노동자 연대 위원장은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아가면서 첨단산업 운운하는 건 위선”이라며, “안양시는 입주 기업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기 있는 2천 명의 노동자가 원하는 건 그저 가족을 부양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전부”라며, “박달 준공업지역 개발 계획은 노동자를 죽이는 계획”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2천명의 박달준공업지역 향토기업 노동자 연대 일원이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달 준공업지역 내 가장 큰 면적(35%)를 차지하는 노루페인트는 50년 넘게 안양을 지켜온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노루페인트는 안양시가 주장한 ‘노루페인트가 이전을 약속했다’는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며, "에폭시 등 주요 생산 시설 이전은 역속대로 이미 완료했지만, 전체 시설 이전은  약속하지도 않았고, 옮겨갈  곳도 없어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안양시와 충분히 협의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안양시가 일방적으로 '이전 약속'을 강조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노루페인트는 또한 연구소 건립 계획이 안양시의 첨단지식산업단지 조성과 동일한 목적을 지닌다고 강조하며,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과 지자체 모두 상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루측은 “신축 연구동은 첨단소재 및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라며, “2차전지, 스텔스 항공 도료, 친환경 소재, 그리고 상용화를 추진 중인 3HP’(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기반 화이트바이오 기술, AI 등 신기술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안양시의 첨단지식산업단지 조성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향토기업 노동자 연대는 이번 개발이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노동자 연대 측은 “노동자는 생존을, 기업은 지속적인 지역 경제 기여를 원한다. 안양시는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여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