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웃고 있는 '삼성SDI'

2024-12-11 18:00
중국산 EV 고율 관세-탄소규제 강화
전기차 수요 증가에...유럽서 회복 전망 '솔솔'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EU(유럽연합)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중국산 전기차 수요 감소와 유럽 내 배터리 수요 확대가 예상되면서, 매출의 40% 이상을 유럽에서 올리는 삼성SDI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부터 완성차 업체는 유럽에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3.6g/km(2021년 대비 15% 감소) 이하인 신차만 판매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150억 유로(약 22조100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2030년부터 2034년까지는 49.5g/km(55% 감소), 2035년부터는 배출량이 0인 친환경차만 판매 가능하다. 또 EU는 지난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EU의 이러한 결정은 중국에 대한 견제 조치로, 유럽 시장 내 경쟁을 왜곡하는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보인다. EU는 과거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경험이 있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기차 분야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SDI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유럽 매출은 5조5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매출의 43.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현재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30GWh(기가와트시)에서 60GWh로 증설을 추진 중이다. 또한, 새로운 유럽 내 공장 확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향후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EU 내 주요 고객사인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과의 협력도 시장 점유율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신차 출시와 맞물려 배터리 수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준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는 유럽의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로 인해 중대형 전지 실적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내년부터 유럽 OEM들은 규제 강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며 "다수의 시장조사업체는 내년 유럽 전기차 수요가 올해 대비 최소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각국은 전기차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