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퇴진 로드맵' 갈피 못잡는 與…내부선 계파 신경전 재개

2024-12-09 16:35
韓, 비공개 회의 연속 주재 불구 성과 없어
14일 표결 여부 결정 못해…친윤·친한 신경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저지한 국민의힘이 정국 수습의 일환으로 '질서있는 퇴진'을 내세웠지만,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물밑에선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의 사의 표명을 두고 '재신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계파 간 주도권 다툼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국 안정 △국정 지원 △법령 검토 등 3개 분야 역할을 맡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일시 처방' 차원으로, TF 내 별도 부서를 구성한 뒤 대통령 퇴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무적 대응을 도맡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참여 위원 구성조차 끝내지 못한 상태라 출범이 늦춰진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비공개 최고위와 의총을 잇달아 주재했으나, 윤 대통령의 퇴진 방안에 대한 단일 노선을 정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의총 전후 '릴레이'로 열린 선수별 회의에서도 현재 비상 시국에 대한 여러 대책들이 논의됐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당 내부에선 윤 대통령의 향후 거취 및 퇴진 시기, 절차 등 방법론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계파색이 옅은 4선 김태호 의원은 이날 오전 중진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보다 더 빠른 조기 대선이 국민의 뜻이고, 지금의 혼란을 막는 길"이라며 퇴진 시점을 당이 선제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6선 조경태 의원도 '대통령이 직접 퇴진 시기를 말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 부분은 아마 한동훈 대표가 판단할 것이고, 그렇게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비공개 중진 회동에서는 탄핵 가능성을 일부 열어둔 친한계를 향한 비판이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당장 1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탄핵안 표결에 불참 당론을 한 차례 관철시킨 가운데 또다시 '반대'를 고집하는 것은 향후 여론전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는 관측이다. 친한계 일각에서는 "다음 표결 시 불참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날부터 단독 지휘 체제에 돌입한 것을 두고 계파 간 신경전도 재개됐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비상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날 여러 다선 의원들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지 않으냐"고 강조하며 추 원내대표의 복귀를 거듭 요청했다.

친윤계 중심의 중진 의원들이 추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강조한 이유는 당내 '투톱'으로 여겨지는 원내대표직을 친한계가 가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공고 절차에 착수하면서 중진들의 의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추 원내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진들의 의중을 들었으나 복귀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