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습 이어 IRA 폐지까지...K-배터리 생태계 붕괴 위기 직면

2024-12-10 18:30
中·美 여파에 30년 K-배터리 생태계 휘청
배터리 소재 산업도 실적 악화·공장 가동률 하락
보조금 등 정부 지원 통한 생존방안 모색 필요

[사진=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에 이어 중국발 저가·물량 공세까지 더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한 결과다. 한때 글로벌 점유율 50%에 육박하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이제 20%대까지 곤두박질치고, 그 여파가 배터리 산업을 지탱해 줄 소재 산업 ‘침체’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움직임까지 예고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작년 동기 대비 3.5%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1∼10월 31.7%에서 3년 만에 20.2%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여전히 거셌다.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비야디(BYD)의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로 상승하며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중국산 저가 공세에 휘청이고 있다.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배터리 4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8개 업체 중 7곳이 지난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인조흑연 기반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음극재 공장 연평균 가동률이 30%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는 해당 공장에서 음극재 생산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 가동률이다.

국산 음극재 기술력은 중국산보다 경쟁 우위에 있지만 중국산이 국산 제품 대비 절반 가까운 가격에 유통돼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중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최근 IRA 보조금 폐지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까지 예고돼 국내 배터리 산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매년 현지 배터리 및 소재 기업에 대해 연간 조(兆) 단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의 배터리 산업 지원 보조금은 전무하다.

시장에서는 IRA가 폐지되면 전기차·배터리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배터리 산업이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특히 IRA를 통한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미국에 50조원 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터리 3사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투자비 보조와 보조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IRA 폐지는 아직 기정사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음극재 업체에는 중국을 견제할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