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은행채 금리 다시 3% 넘나…빡빡해진 자금 조달
2024-12-09 16:00
환율 급등 따른 외화 유동성 공급 차질 우려도
LCR 하락 방어·예금 금리 인하도 유동성 부담
LCR 하락 방어·예금 금리 인하도 유동성 부담
탄핵 정국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도 악화되는 양상이다. 자칫 비상계엄 후폭풍이 장기화되면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은행이 일순간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2.948%로 마감했다. 은행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반영되며 이달 2일 2.904%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계엄 사태 이후 상승전환해 3%에 바짝 다가섰다.
탄핵 국면 장기화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국고채 금리가 언제든지 은행채 금리를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의 대표적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아울러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조달 환경 악화 속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외화 LCR은 평균 157.3%로 규제수준(80%)을 상회했지만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으면 유동성 위기가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 비상계엄 충격에 비해 원화 가치나 주가 하락 폭이 작았던 측면이 있다"며 "경제 상황이 가뜩이나 안 좋은데 정치적 충격이 겹치면서 이번 주 탄핵 정국으로 인한 영향이 과다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서 경계심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