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포커스] 12월의 케이크 전쟁…유통업계, 크리스마스 특수 노린다

2024-12-07 06:00
프리미엄‧가성비 소비 양극화 현상…최고가 40만원짜리 케이크 등장

홀리데이 스페셜 케이크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사진=서울신라호텔]
#. 40대 중반의 김모씨는 매년 연말이 되면 케이크 예약 구매를 위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위해서다. 가성비를 중시하지만 올해는 큰마음을 먹고 호텔 케이크 구매를 위해 각종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있다.
 
#. 20대 후반의 대학생원 박모씨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구매 목적으로 6개월 전부터 3만원씩 돈을 모으고 있다. ‘광클’에는 자신 있는 만큼, 올해도 고생한 스스로를 위한 선물을 줄 생각이다.
 
12월이 돌아오자, 크리스마스 케이크 전쟁이 시작됐다. 연말 시즌을 맞아 국내 호텔과 F&B(식음료) 업체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올해는 케이크 브랜드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특징이다. 일단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나 버터 등 원부자재 인상으로 의도치 않은 프리미엄화가 진행됐다. 불황 속 가성비를 찾는 고객들도 있는 반면, 이른바 ‘보복 소비’, ‘가치 소비’ 트렌드로 인해 고가의 케이크를 선뜻 구매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특히 올해 8000원짜리 편의점 케이크부터 특급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지난해 최고가인 30만원을 넘어선 40만원짜리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특급호텔의 케이크 최고 가격은 신라호텔이 출시한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로 40만원에 달한다. 이는 트뤼프(송로버섯)와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토 디캠을 넣은 케이크로 올해는 트뤼프 양을 작년보다 25% 늘린 영향이라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특히 연말 파티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예술적 디자인을 적용한 아트워크 라즈베리 초콜릿으로 장식을 더했다. 쇼콜라티에가 라즈베리 초콜릿을 하나씩 손으로 붙여 선물상자의 리본 장식으로 형상화해 화려하게 꾸몄다.
 
또한 신라호텔은 ‘신라베어즈 위스퍼’가 30만원, ‘화이트 홀리데이’가 17만원, ‘스노우 베리 초코’가 15만원인 케이크를 선보였다.
 
롯데호텔 서울과 월드는 종 모양의 초콜릿 속 눈이 소복이 쌓인 트리 모양의 ‘트윙클 벨’(18만원) 등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 5종을 선보였다. 롯데 시그니엘은 21만원의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박스’를 내놨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호텔 1층 더 아트리움 라운지에서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이색 케이크 6종과 조각 케이크 7종, 쿠키 등을 출시했다.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위시 휠’은 화려한 기술을 담아냈다. 올해 연말 케이크 13종 중 위시 휠의 가격은 35만원대로 50개 한정 판매다. 이 케이크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움직이는 대관람차로 형상화한 초콜릿 아트 쇼피스로, 다가올 2025년의 희망과 행운을 꿈꾸는 마음을 담아냈다.
 
베이커리‧카페 업계도 크리스마스 준비에 분주하다. 스타벅스가 조선호텔과 협업한 ‘조선델리 노엘 트리 케이크’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가격은 8만9000원으로, 역대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케이크 중 가장 비싸다. 가나슈와 블랙 벨벳시트가 층층이 쌓인 높이 22㎝짜리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잎 모양을 연출하는 등의 제조 과정이 다른 일반 케이크보다는 어렵기 때문이다.
 
SPC배스킨라빈스는 ‘액팅(acting)’ 요소를 도입한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을 출시했다. 하나의 케이크에서 최대 8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즐길 수 있어 파티에 적합한 ‘와츄원 케이크’에 놀이 요소를 심어 재미를 더했다. ‘스윗 트레인 와츄원 타운’ 케이크 앞에 있는 기차를 당기면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양초가 나오고, ‘웰컴 투 와츄원 하우스’ 케이크 앞에 설치된 별 모양 열쇠를 돌리면 상자가 옆으로 열리는 식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세계적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인 조니워커와 협업해 ‘조니워커 블루라벨 케이크’를 선보였다. 고급스러운 풍미를 가진 조니워커 블루라벨 위스키가 녹아든 진한 골드 초콜릿 가나슈와 상큼하면서도 감미로운 블러드 오렌지 쿨리와 크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맛을 선사하는 제품이다. 가격은 8만5000원이다.
 
모델들이 홈플러스 몽블랑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가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크리스마스 시즌 케이크를 1만~2만 원대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 판매한다.
 
편의점 업계의 올해 키워드는 가성비다. GS25는 캐릭터 ‘가스파드와 리’와 디저트전문점 ‘아우프클렛’ IP(지식재산권)를 각각 사용한 7000~8000원대 미니 케이크 판매를 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 성수동의 유명 케이크 맛집인 ‘아우프글렛’의 펄케이크를 판매한다. 이 케이크는 초코시트에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샌드하고, 바삭한 초코크런치로 식감을 살린 프리미엄 상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특화된 케이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기업들의 공들인 정성과 전략이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