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尹대통령 비상계엄선포 내란죄 성립되나

2024-12-05 12:53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반의 최단기간으로 끝난 이후 수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사항의 하나가 이른바 내란죄 논란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계엄선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또한 그로 인하여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형법 제8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란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전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하고, 그 지역에서 정상적인 국가권력이 작동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도시나 마을 등을 장악하고 그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후자의 ‘국헌문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당연히 국헌문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비상계엄의 시행 과정에서 헌법 또는 법률을 무력화하거나 국가기관을 무력화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국가기관의 무력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계엄선포 후 2시간 반이 경과한 즈음에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이 통과되었고, 이후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다. 이를 국회의 무력화로 보기는 어렵다.
만일, 국회의원의 체포 등을 통해 국회가 계엄해제요구를 할 수 없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하였거나,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이후에도 이에 불응하고 계속 병력을 동원하여 국회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방해⋅억압했다면 국헌문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계엄해제요구를 곧바로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한 것을 국회의 무력화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국헌문란이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적될 수 있는 점은 내란죄의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죄형법정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유추해석이 금지되며, 형법 제87조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내란죄가 인정될 수 있다. 그동안 내란죄 인정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헌법 제84조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에 대해 예외가 되는 것이 내란죄와 외환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면 대통령 재직 중에도 수사 및 소추가 가능하다는 점이 내란죄 적용에 대한 높은 관심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할 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국무위원들이나 동원된 군인들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내란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동원된 군인들의 경우에는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의 특성상 명령에 따라 동원되었을 뿐인데 이를 내란죄의 공범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리한 해석이다. 이는 상급자의 압력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행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례들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1997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1996도3376)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에 대해 인정한 부분이다. 이 판결에서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법원판결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회의 계엄해제요구를 즉각적으로 수용하였던 점, 그 결과 계엄선포 후 불과 6시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계엄이 해제되었던 점, 그 과정에서 –1979년 당시의 비상계엄과는 달리- 인명의 살상이나 과도한 기물 파손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계엄선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였다는 점에서 이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의 요건으로 소추 대상자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 것이므로 직무집행에 해당하고, 계엄선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권한행사라는 점에서 위헌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헌법상 탄해소추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현재로서 명확하지 않다. 헌법 제65조 제1항의 명문규정과 별도로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를 통해 정립된 중요한 탄핵요건이 ‘불법의 중대성’이다. 즉, 소추대상자를 파면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그 행위 자체가 갖고 있는 헌법적 중대성 및 파급효를 볼 때, 요건 불비의 비상계엄으로서 중대한 불법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반면에 6시간 반의 짧은 시간에 끝난 계엄이었고. 그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불법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질 수 있지만,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논란이 진영갈등의 극단화가 아니라, 이제는 여야 모두가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 앞장서는 긍정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