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 中 경쟁 심화·美 보호무역으로 둔화할 것"

2024-11-28 13:30
한국은행 조사국, 수출 전망 보고서 발표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 및 시사점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전격 인하한 한국은행이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이 중국과 경쟁 심화와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 조사국은 28일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향후 우리 수출은 글로벌 AI투자 지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중국의 자급률·기술경쟁력 제고 및 시장점유율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쳤던 배경에 예상보다 쪼그라든 수출에 있었는데 한은은 우리 수출이 일시적인 둔화가 아닌 구조적 둔화라고 짚었다.

한은은 "3분기 GDP재화수출이 전기 대비 감소한 데는 자동차 업체 파업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도 있었지만 구조적 동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고 판단했다. 
 
[표=한국은행]
반도체 수출가격은 HBM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물량은 정체다. 아울러 HBM을 제외한 여타 범용 반도체는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둔화했다. 철강, 화학제품 수출도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크게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우리와 글로벌 공급망(GVC)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한 가장 큰 수출시장이자 흑자대상국이었으나 최근에는 경쟁자로 변모했다.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관련 투자 확대 영향으로 고성능 제품 HBM 등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우리 반도체 수출도 증가하겠으나 중국의 추격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기술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우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보호 무역이 강화되면 우리 무역 환경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미국이 대(對)중국 고율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도 중국 못지 않은 통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444억 달러에 이어 올해 5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만 대(對)중국 고율관세 부과와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통상압력 강화는 실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며 우리 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구조적 제약요인들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확보 및 첨단산업 지원 △고부가가치 서비스 육성 △통상압력 완화 및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외교·통상 분야에서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웅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반도체 등 AI 핵심기술 분야에서는 국가 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어 인재확보·육성 및 설비투자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차장은 "그간의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T, 의료, 교육,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육성도 긴요하다"며 "미국의 통상압력을 낮추기 위해 에너지·농축산물 등의 수입선을 미국으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