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된 일산은 지금...재건축 기대 속 '베드타운' 우려도
2024-11-28 14:33
"뉴스를 보니 미세한 부분에서 갈렸다고 하던데 일단 선도지구에 선정돼서 기분은 좋습니다. 다만 이후 일정에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걱정이 없진 않습니다." (일산 백송마을 1단지 주민 A씨)
선도지구 발표 다음 날인 28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주민들은 선도지구 소식에 안도감과 함께 기쁨을 표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가운데 분당 다음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선도지구에 선정된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산은 지난 1기 신도시 공모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 물량(6000가구) 대비 5배 많은 3만 가구가 신청했다. 참여 단지들의 동의율은 평균 84.3% 달했다. 이 중 백송마을(1·2·3·5단지, 2732가구)와 후곡마을(3·4·10·15단지, 2564가구), 강촌마을(3·5·7·8단지, 3616가구) 등 3개 구역, 총 8912가구가 선도지구로 뽑혔다. 연립주택인 정발마을 2·3단지 262가구를 더하면 총 9174가구로, 분당 다음으로 물량이 많다.
백석동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선도지구 공모 발표 이후 많은 단지들이 동의율 90%를 넘는 등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곳이 바로 일산"이라며 "사업성 등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신축 아파트와 새로운 기반 시설이 조성되는 것은 일단 호재이기 때문에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선도지구 선정 이전부터 백송마을 등에서는 집값이 상승 흐름을 탔다. 일산 백송마을 5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9월 4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같은 평형이 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백송마을 2단지의 경우도 지난 10월 3억8000만~3억9000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달 4억원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다만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탈락한 단지들에서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촌마을 1단지의 한 주민은 "주민동의율도 높았고, 사업성도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기대가 컸고 노력도 많이 했다"며 "정부에서는 정량 평가로만 했다는 데 점수가 공개가 안 되니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일산의 경우 재건축 사업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3기 신도시 등 사업에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중 한 곳으로 고양시를 선정하면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공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는 고양 장항지구(1만1857가구)와 고양 탄현지구(2620가구),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3만8000가구)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9000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주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산은 현재도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어 주택 공급이 많다는 의견이 많은데, 단기간에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집값에 있어서는 호재가 아니다"라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