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눈폭탄'에 9호선 출고 지연…"출근길 북새통에 비명도"

2024-11-27 16:50
117년만에 11월 적설량 최고치
지하철 지연·도로 통제로 불편
눈 무게 못 이긴 가로수에 정전

서울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에서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눈도 추위도 갑작스러웠어요. 평소보다 상가 앞에 차도 사람도 안 다니고 조용한 게 3분의 2 정도 유동 인구가 줄어든 것 같네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신청계의류상가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임모씨(51)는 한산한 거리를 내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영상을 유지하던 기온은 하루 사이 영하로 떨어졌고 노랗게 거리를 수놓던 가로수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처져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몇몇 사람들은 대부분 패딩·코트를 껴입고 목도리와 장갑까지 착용해 추위를 가늠하게 했다.

올겨울 첫눈이 내린 이날 새벽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오전 7시 기준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하루에 가장 많이 눈이 쌓인 정도는 16.5㎝를 기록했다. 이는 1907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다. 같은 시간 성북구과 강북구에는 20㎝ 안팎까지 눈이 쌓였다.

이처럼 서울에 큰 눈이 내리면서 출근길 혼잡이 이어졌다. 특히 예상치 못한 폭설로 9호선 열차 출고가 지연되고 출근길 승객이 몰리며 승차가 통제되기도 했다.

50여 분이나 출근이 지체됐다는 도모씨(25)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로 바빠 새치기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무리해서 타지 말고 내리라는 안전요원들 말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김모씨(27)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너무 끼이다 보니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정신이 혼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7일 오전 사당역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보자 정모씨(34)]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사당역도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승객들로 붐비며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 송도에서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정모씨(34)는 “사당역에서 지하철이 지연돼 출근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각도 지각인데 인원 통제로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에 장시간 대기하는 게 고역이었다”고 출근길 상황을 설명했다.

도로 상황도 좋지 않았다. 밤사이 쌓인 눈으로 자하문삼거리~북악골프장, 삼청터널, 자하문삼거리~사직공원 초입 등은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임모씨(47)는 이날 30분가량 집에서 일찍 나섰지만 내부순환로 정체가 심해 출근길 어려움을 겪었다. 임씨는 “종암사거리 공사 구간에서는 도로까지 좁아지면서 심하게 막혀 고생했다”고 말했다.


새벽 시간 쏟아진 눈으로 인한 피해도 잇따랐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174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자치구 및 유관기관과 함께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하고 인력 9685명과 장비 1424대를 투입해 제설 대응에 돌입했다. 교통 혼잡에 대비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배차도 늘렸다. 이날 오전부터 지하철은 2호선, 5~8호선을 대상으로 집중 배차 시간을 늘려 운행했다. 시내버스도 차고지 출발 시간 기준으로 평소보다 집중 배차 시간을 30분씩 연장했다.

한편 전국에 대설경보가 확대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중대본을 2단계로 올리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설은 28일 오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서울과 인천 등에 눈이 최대 10㎝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또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내륙, 전북 동부, 경북 북부내륙, 경남 북서내륙에 다시 눈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