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올해만 3번째 등장한 '심해어'…실제로 종말 징조일까?

2024-11-27 15:16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발견된 심해어 산갈치 [사진=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일명 '지구 종말 물고기(Doomsday Fish)'로 불리는 심해어가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세 차례 발견됐다. 그렇다면 수면 가까이 올라온 심해어는 정말 자연재해의 징조일까.
 
◇ 美 캘리포니아 해안서 올해만 3번째 목격
 
지난 8월 미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발견된 죽은 산갈치 [사진=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 CNN과 USA투데이는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산하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를 인용해 “지난 6일 샌디에이고 북부의 해변 그랜드뷰 비치에서 2.7∼3m 길이의 대형 산갈치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산갈치는 보통 수심 400~500m에 서식하는 심해어로, 내륙 해변에서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겉모습이 갈치와 비슷해 산갈치로 불리지만 유전적으로는 갈치와 거리가 멀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약 10m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까지 발견된 경골어류 중 가장 긴 종이다.

앞서 지난 8월 샌디에이고 라호야 코브 해변과 9월 샌디에이고 북쪽인 오렌지 카운티 헌팅턴비치에서도 산갈치가 발견된 바 있다. 
 
◇ 종말 징조, 사실일까?

산갈치와 같은 심해어 어종이 해안에서 발견되면 지진이나 재앙의 전조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심해어는 '지구 종말 물고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해양보호'에 따르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전해인 2010년에 일본 해안에서 대형 산갈치가 최소 12차례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 지각 변동으로 인해 심해어가 해변에 떠밀려오게 된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러한 가설에 대해 2019년 일본 도카이대학과 시즈오카현립대학 연구팀은 '심해어 출현은 대지진의 전조'라는 속설은 근거 없는 미신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까지 발생한 221차례의 규모 큰 지진을 분석한 결과 심해어 출현 30일 이내에 반경 100㎞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2007년 니가타현 주에쓰 앞바다 지진(M6.8)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 심해어가 나타나는 이유는?
오가사와라 해구 7500~8200m 아래서 발견된 심해어(꼼치) [사진=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홈페이지]
심해어가 해안에 나타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해양 환경의 변화다. 수온이 상승하거나 염도, 해류 등이 변화하면 생물들이 원래 서식지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해양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심해 생물들이 더욱 자주 발견되고 있다.

심해어가 병에 걸리거나 약해지면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기 힘들어져 상대적으로 얕은 곳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표류하다가 해안가까지 떠밀려 오는 사례도 발생한다.

먹이 사슬의 변화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심해어는 주로 작은 갑각류나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데, 이들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 심해어도 자연스럽게 그 경로를 따라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안 근처로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한편,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는 최근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심해어인 대형 산갈치가 자주 발견된 이유에 대해 "해양 환경의 변화나 산갈치의 개체 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의 적조(red tide)가 지난주에 있었던 샌타애나 바람(미 서부의 국지성 돌풍)과 맞물렸는데, 그 외에도 많은 변수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