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상법 개정안 평행선…野 "토론하자" vs 與 "수용 불가"

2024-11-25 13:04
李 "공개 토론 통해 합리적 결론 만들자"
與 "글로벌 헤지펀드 놀이터로 전락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회장단과의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끝장토론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개정안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24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미투자자는 (상법 개정에) 대찬성이지만, 한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영자 측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서로 주장만 하고 싸울 일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서로 할 말을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만들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저도 직접 토론에 함께 참여해 쌍방 입장을 취합해 본 뒤 민주당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토론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두 번의 공개 제안에도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놀이터로 전락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당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총자산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는 감사위원 숫자를 늘리는 방안을 포함했다.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내용도 명시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이 중 특히 이사 선임 때 각 주주가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를 비롯한 16개 국내 주요 기업 사장단은 지난 21일 상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소액주주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상법 개정안 통과 추진 의지를 적극 피력하면서도 배임죄 완화 혹은 폐지 등의 '당근'을 고려하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상법상 특별 배임죄가 있는데, 이 두 항목의 범죄 구성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며 "늦지 않게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과 관련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법안 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