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K밸류업?… 불성실공시·관리 종목 예년 대비 30% 넘게 늘었다

2024-11-20 06:00
금융당국 밸류업 정책 이후 투자 관련 공시 강화
사정 어려워 담보제공계약 체결 및 채무상환 지연한 상장사도 늘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지 10개월 지났지만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불성실 공시,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 지정 건수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상장사들의 불성실 공시 건수는 총 419건으로 유가증권시장 119건, 코스닥시장 3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인 316건(유가증권 95건, 코스닥 221건)보다 32% 증가했다.
 
유가증권의 경우 불성실 공시를 지정받은 기업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제지, 거짓 공시로 밝혀진 금양 등이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다수 기업들은 신규 투자 공시를 수차례 정정 공시하거나 지연 공시하며 불성실 공시로 지정받았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담보제공계약 체결 및 채무상환 지연 등의 사유로 불성실 공시 지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전지 코스닥 기업 엔켐은 공시불이행 이유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및 정정 신고기한 내 미공시가 10건으로 거래 정지 1일이 부과됐다.
 
오정강 엔켐 대표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기간 내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대출 규모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엔켐뿐 아니라 다수 코스닥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강달러 등으로 업황이 악화하며 기업들은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번복 혹은 공시불이행 지정과 함께 대출과 관련해 기간 내 공시하지 못해 벌점이 부과됐다고 해명한다.

한 코스닥 업체 관계자는 "고의가 아닌 업황 자체가 너무 나빠졌기 때문에 공시번복, 불이행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업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장밋빛 희망만 제시해 놓고 이를 번복하거나 불이행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다. 

불성실공시에 이어 매매거래 정지(2023년 598건→2024년 681건), 관리종목(2023년 167건→2024년 196건), 투자주의환기종목(2023년 109건→2024년 118건, 전부 코스닥), 상장폐지(이의신청 등 진행 중인 건 포함, 2023년 154건→2024년 203건) 건수 역시 전년 대비 대폭 늘었다.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좀비기업 퇴출 기준이 강화되자 거래소 역시 시장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문제가 있는 기업들에는 상폐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의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경기 불황으로 파산을 신고하고 자진 상폐를 하는 기업도 예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98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늘었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펼치는 동안 정작 시장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따른 업황 어려움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올빼비 공시 혹은 불성실 공시로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연말 이후에는 현물 배당, 단기 차입금 증가 관련해서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