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 2기' 앞두고 외교전...英·호주·멕시코 정상과 연쇄 회담
2024-11-19 16:03
'오커스' 호주·영국 총리 만나 양국 협력 강조
멕시코엔 "다자주의 수호해야"...트럼프 관세 겨냥한 듯
멕시코엔 "다자주의 수호해야"...트럼프 관세 겨냥한 듯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 대선 이후 처음 열린 다자외교 무대에서 전방위 외교전에 나섰다. 지난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일본, 뉴질랜드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에서 영국·호주·멕시코 정상과 잇따라 회동했다. 특히 '중국 때리기'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해 그간 관계가 경색됐던 영국·호주와 경제적 협력을 적극 모색하는 모습이다.
19일 신화·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앤서니 앨버지니 호주 총리와 만나 “중국은 더 많은 고품질의 호주산 제품을 수입하고, 중국 기업의 호주 투자를 장려하길 원한다”고 했다. 이어 “호주가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투명하며 차별하지 않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최근 해빙기를 맞은 양국 관계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양국 관계 안정화에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무역이 자유롭게 흘러 양국과 국민, 기업을 이롭게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과 호주는 2018년 친미·반중 성향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집권 이후 대립해왔지만, 2022년 5월 대(對)중국 관계 개선 기조의 앨버니지 총리가 취임하면서 관계 개선 물꼬를 텄다. 지난해 11월 앨버니지 총리의 방중 이후에는 중국이 호주산 와인 등에 적용해온 보복성 관세를 3년여 만에 철폐하기로 결정하면서 해빙 무드가 급물살을 탔다. 올해 말 호주산 랍스터에 대한 중국의 수입 제재 조치가 해제되면 양국 간 무역 분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시 주석의 영국·호주 총리와 연쇄 회담은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여 앞두고 이뤄졌다. 호주와 영국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2021년 결성한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회원국이기도 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동맹을 규합해 중국 견제에 나서는 상황에서 중국이 트럼프 취임 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들과의 관계 정상화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영국·호주 간 협력은 속도가 붙고 있지만, 안보·인권 분야에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호주는 해빙무드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대만·홍콩에 대한 정책을 포함하여 여전히 긴장감이 남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앨버지니 총리는 이날도 간첩혐의로 체포된 뒤 집행유예부 사형 선고를 받은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옥중 처우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인권 문제에 있어 중국과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가 이날 시 주석과 회동에서 "우리는 지미 라이의 옥중 건강 악화에 대한 보도에 우려한다"고 언급하자, 중국 당국자들이 영국 기자들을 회담장에서 쫓아내다시피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