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게임에서 엿본 세대간 소통 방식
2024-11-18 18:01
박진영 산업부 IT바이오팀 기자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성취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함께함에 웃을 수 있는 것을 나는 잊고 있었구나. 하늘에서 내품으로 온 나의 천사야 내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주어 고맙구나. 아이와 어머니의 소통의 창구가 되어준 게임이 좋았습니다."
지스타2024의 게임 그림일기 공모전에서 초등부 대상을 수상한 '할머니와 나만의 비밀'을 그린 아이 어머니의 코멘트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각종 신작 시연과 이벤트를 체험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던 '지스타2024' 전시장 한 켠에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같은 작품들이 일렬로 전시돼 있었다. 대상작은 게임이 청소년이나 이대남(20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40년을 넘나드는 새로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담았다. 인간 본연의 감정을 자극해 성취감과 재미를 주는 게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게임은 중독·사행성 등 각종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도입 논란이 국내서 다시 불붙고 있어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국내에 도입할 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게임 중독이 심각한데 이를 막는 안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게임도 하나의 문화이고 산업인데 기준없는 질병 분류로 부정적 영향만 키울 뿐이라는 우려다.
게임은 20조원 규모의 주요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것이다. 30년전 작은 회사로 성장한 한 게임 회사가 이제는 연매출 4조원 돌파를 앞둔 대기업이 됐다. 웹툰으로 만든 게임이 누적 5000만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는 등 K컬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게임을 하나의 주요 산업으로 인정하고 규제보다는 진흥에 방점을 둬야 시기다.
분명한 것은 게임은 하나의 문화다. 게임에서는 엄마와 아빠 아이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모험가가 되어 일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게임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취미이자, 마음의 휴식처기도 하다. 40년 세대간 차이도 허물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 끝으로 대상작 일기 문구의 일부로 갈음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