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현지 법인' 첫 타자는 기업은행···국내 은행 최초

2024-11-13 17:00
금감원, KNF에 기업은행 적격성 심사 "문제 없다" 회신
외국계 은행으로 22년만···독일·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
중기·중견 현지 진출 많은 폴란드···신속 금융 지원 가능

[사진=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국내 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폴란드 현지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법인만 두고 있던 기업은행이 유럽연합(EU) 내에 법인을 처음 세우는 것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유럽 내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폴란드에 진출하는 만큼 신속한 금융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이 요구한 기업은행의 인적 적격성 심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폴란드 현지 사무소를 차린 뒤 현재 법인 전환을 위한 KNF의 인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은행업 라이선스 심사 시 물적·인적 요건을 확인하는데,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당국의 인허가 결정과 행정적 절차만 남게 된다.

KNF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현지 진출 계획을 구상하는 한국계 은행의 인허가 신청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업은행의 현지 법인 설립이 가장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올해 설립 인가를 취득해 현지 법인 설립에 나서게 되면 폴란드에서는 22년 만에 처음 외국 은행으로 법인을 세우게 된다. 폴란드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은 독일 은행(1995년, 2000년)과 노르웨이 은행(2002년)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내한한 야첵 아스트로제브스키 KNF 청장에게 한국계 은행의 폴란드 진출에 대해 적극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현지 법인 설립에 대한) 인허가 승인이 임박했다"면서 "폴란드 금융당국이 22년 만에 (인허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낯선 것일 뿐이며 한국계 은행의 현지 진출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에는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 370개가 현지에 진출해 있으며, 누적 투자액은 약 60억달러, 교역 규모는 연 90억 달러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폴란드 현지 금융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 EU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조업·대기업 중심으로 금융 지원이 이뤄지는 독일과는 달리 폴란드 내에는 중소·중견기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기 지원에 특화한 기업은행이 이런 금융 수요를 신속히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U 내 법인 설립에 성공하면 보다 손쉬운 절차로 다른 EU 국가에도 지점 개소가 가능하다. 그간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만 해외 법인을 두고 있었던 기업은행인 만큼 폴란드 법인을 교두보로 삼아 유럽 전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은 먼저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권 국가 진출을 1차 목표로 세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설립(예비) 인가를 취득해 여러 준비를 거쳐 신속히 (법인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