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미래다] 7~8년에 한 번씩 '극강 가뭄'...각종 님비·규제에 대응책 미비

2024-11-13 07:54

지난해 3월 20일 기준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전남 순천시 상사면의 주암댐 모습. [사진=연합뉴스]

281일. 지난해 유례 없는 한해(旱害)를 입은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발생 일수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장 기간 가뭄으로 1992년 12월 이후로 없었던 '제한 급수' 위기까지 겪었다.

공업용수를 구하지 못한 여수국가산단 내 공장들은 종종 가동을 멈췄고, 인근 밭에 심은 양파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잎이 누렇게 말라비틀어졌다. 

13일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이 발간한 '광주광역시 가뭄 재해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역 내 생활·농업·산업 전반에 큰 상흔을 남긴 지난해 수준의 가뭄이 7년 내에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가뭄 발생 주기는 계속 짧아지고 있다. 1904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0.36회에 불과했던 가뭄 재해는 2001년부터 2022년 사이 0.64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2~2022년 발생한 가뭄 중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모두 농업용수 분야 피해를 야기했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 봄까지 비가 오지 않아 수자원 고갈 우려가 증폭된 바 있다. 지난해 3월 광주 용연정수장에 비상 도수관로를 연결하고 영산강 덕흥보 하천수를 정수장으로 공급하면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루 3만~5만t의 물이 용연정수장으로 유입됐는데 이는 광주광역시 하루 물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광주광역시의 위기 대응은 수자원 긴급 확보 시 활용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물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프랑스에서는 가뭄으로 식수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물 사용을 제한하고 과다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우루과이의 경우 지난해 수로와 지하수 우물, 저수지 등에 걸친 전방위 가뭄으로 송아지 생산이 30만 마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 정부도 재난안전관리기본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등을 통해 가뭄 재해 대비 예산 편성, 농가 등 피해 발생 시 보험금 지급 등의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다만 피해 방지를 위한 사전 대응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게 중론이다.

가뭄 위기 대응 우수 사례로 평가 받는 광주광역시의 경우도 갈등 조율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생활용수가 부족해 저수지에 담긴 농업용수를 활용했는데 농사 지을 물 부족을 걱정하는 농가 반대가 극심했다. 

지역 이기주의에 떠밀려 수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충청남도가 "물 부족 문제로 식수까지 걱정해야 하고 기업 유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건설을 추진 중인 '청양군 지천댐'을 꼽을 수 있다. 

청양 주민 측은 다른 지역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여러 천연기념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댐 건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 간 불평등과 지역 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관계자는 "물 관련 재해와 수(水)생태계 변화에 대응해 수자원 관련 시설들의 통합 관리 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기존에 운영 중인 수자원 관리 시설의 효율성과 기능을 강화·개선해야 재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