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미래다] 주기적 가뭄에 생활·농업용수 부족 문제도...댐 증축, 제한 수위 향상 목소리

2024-11-13 04:01
한국은 물 스트레스 매우 높은 국가...봄 가뭄 잦아
다목적댐 최적 부지에 발전용댐 건설 아쉬움
댐 리모델링, 제한 수위 향상 이어 신규 댐 건설 목소리도

화천댐 전경 [사진=화천군]
한국은 공업용수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생활·농업용수 부족도 심각한 국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자원 재활용, 댐 리모델링(증축)과 저수용량 확대, 해수 담수화 등에 이어 한강 수계 신규 댐 건설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7일 수자원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자원 관리가 어려운 국가다. 장암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1인당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8분의1 수준이고 하천 취수율이 30%대로 '물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며 "물 부족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해 수자원 확보와 사용한 물 재사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빗물이나 중수 처리 시설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가동 정지 또는 문제점이 있는 중수 처리 시설을 점검해 정상 운영이 되도록 하고, 현행 물 재이용 법상 6만 제곱미터(㎡) 이상 시설에 중수 시설을 권고하는 것을 2만㎡ 수준으로 낮추고 중수 시설 의무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수자원 관리가 어려운 첫째 이유로는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이 꼽힌다. 경사가 심해 내륙에 비가 내려도 바다로 바로 빠져나간다. 둘째 이유는 강우가 하계에 집중된 점(계절편중)이다. 두 요인이 하나로 합쳐서 봄에 극심한 가뭄이 드는 경우가 잦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광복 이후부터 수자원 관리를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여기고 전국 곳곳에 댐과 저수지를 건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다만 분단으로 인해 북한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끊기자 수자원 관리가 용이한 자리에 발전용 댐을 우선적으로 지은 문제가 생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남한 전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좋은 위치에 수력발전용 댐을 우선 만들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화천댐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제대국이 되어서 공업용수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 못하고 한강수계에서 다목적댐에 적합한 부지에 발전용댐을 지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당시 상황에 맞춰 무분별하게 지은 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부가 댐 리모델링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댐 리모델링의 경우 댐을 증축함으로써 저수용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대부분의 댐은 위가 넓은 역 피라미드 구조라 댐 높이를 1m만 높여도 저수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제도 개선의 경우 홍수에 대비한 다목적댐 제한 수위를 상향하자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강수예측 기술의 한계로 제한 수위를 보수적으로 잡아야 했지만 이제는 강수예측 기술이 발달해 제한 수위를 높여도 홍수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강 수계 양대 다목적댐의 제한 수위를 조금만 더 높여도 화천댐 용도전환과 함께 공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묘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 물 관리 구조는 과거 기후 조건에 맞춰 설계된 만큼 변한 기후와 산업 수요에 맞춰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 지역별 물 수요·공급을 분석하고 유역 간 물 이동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물 낭비를 줄이면서 기후 이변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농업·공업 용수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방법은 한강 수계 신규 댐 건설뿐이라는 목소리도 산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현재 한강수계에서 다목적댐 건설에 적합한 지역으로는 과거 댐 건설이 한 차례 무산된 영월 동강 지역이 꼽힌다. 만약 동강댐 계획이 재추진될 경우 남한강 유역에서 저수 용량 7억㎥의 신규 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