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 지속…한 가마에 18만원대

2024-11-03 11:14
송미령 장관 "전통주 제조에 쓰이는 쌀, 연간 3만~4만t으로 늘릴 것"

벼농사를 하는 농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대책에도 산지 쌀값이 한 가마(80kg)에 18만원대까지 떨어져 정부의 산지 쌀값 목표인 2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5725원으로 1년 전(5만1142원)과 비교하면 10.6% 떨어졌다. 80㎏ 기준 쌀값은 18만2900원이다. 

올해 산지 쌀값은 지난 9월 25일 20㎏에 4만3648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달 5일 4만739원으로 7.8% 상승했다. 하지만 열흘 뒤인 15일(4만6212원)에는 1.8% 떨어졌고 지난달 25일 가격은 오히려 더 내렸다. 

앞서 정부는 산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햅쌀 20만t을 사들인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초과 생산분 12만8000t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남는 쌀을 넉넉히 사들여 쌀값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공공비축미 36만t도 매입하기로 했다. 시장격리용 쌀과 공공비축미를 합하면 56만t으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이 나온 뒤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를 막지 못하자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에 추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지난달 31일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의 '늑장', '찔끔', '꼼수' 대책으로 시장이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며 "정부를 믿고 쌀을 수매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의 적자가 최근 3년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농협조차 신곡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산지 쌀값 하락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밥을 적게 먹고 면과 빵, 육류 등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30년 전인 1993년(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 내년 벼 재배 면적을 8만㏊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대책에는 쌀 가공식품 산업을 키우는 방안이 포함된다.

송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가 떡볶이와 즉석밥 등 쌀 가공품을 즐겨 먹고 쌀 가공식품은 수출도 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주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주 제조에 쌀을 연간 5600t을 쓰는데 이를 3만~4만t으로 늘리면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전통주 주세 경감 대상을 두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출고량이 발효주는 1000㎘, 증류주는 500㎘ 이하일 경우 세금을 감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