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수처 인사' 사표는 빠르게, 연임은 느리게..."수사 방해" 논란
2024-10-27 13:3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만료 고작 이틀을 앞두고서야 이들의 연임을 재가하면서 '늑장 재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부부와 연관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자칫 수사방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수사4부 이대환 부장검사,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와 수사3부 송영선·최문정 검사에 대한 연임을 재가했다. 공수처가 지난 8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들의 연임을 추진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재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들은 27일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업무에서 배제될 예정이었다. 공수처 인사 규칙에 따르면 검사가 연임안을 제출하고 인사위가 이에 동의해 추천하면 대통령 임명으로 연임이 확정된다.
공수처는 수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연속성을 위해 기존 검사들의 연임 재가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공수처의 입장이다. 두 부장검사가 퇴직할 경우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수사팀에는 평검사 1명만 남아 사실상 수사가 '올스톱' 될 수 있었다. 또 수사팀은 지난 8월 대통령실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한 이후 연임 불확정성으로 인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지 않아 오동훈 공수처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임을 신청한 공수처 검사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직접 연임 재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늑장 인사는 이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동운 현 공수처장은 추천된 지 넉 달이 지나서야 임명됐고 이재승 차장도 제청 2주가 지나서야 임명장을 받았다. 지난 4월 이종수 검사의 연임 제청안도 임기만료 11일 앞둔 시점에 재가했다. 사의를 표명한 검사에 대해선 닷새 만에 사표를 수리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법조계는 임기만료 직전에 연임을 재가한 것 자체가 공수처 검사들에게 수사 관련 압박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이렇게까지 늦어질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며 "(검사들에게는) 늦어지는 것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25일 금요일 저녁에서야 임명 재가 소식이 알려졌는데 26일부터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인사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마지못해 재가한 느낌"이라며 "연임을 재가하는 것이 이렇게 늦어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빠르게 연임을 재가해 수사 방해라는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 재가에 "채 해병 사건을 비롯한 중요 사건의 공정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