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민간기업 앞세운 中, 스페이스X 추격 속도낸다

2024-10-24 06:00
'위성 별자리' 구축에...등록 위성만 4만기
발사 수요 증가로 재사용 로켓 개발 속도↑
'란젠항텐' 등 민간기업 성과 두드러져
'국유' 지원 집중했던 中정부···'민간'에 눈길

 
중국 과학원과 항천국, 유인항천공정판공실은 지난 15일 ‘국가 우주과학 중장기 발전계획(2024~2050년)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선 ‘스타십’의 1단계 추진체 회수에 성공하며 역사적인 기술 진전을 이룬 지 하루 만이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기다렸다는 듯 우주 강국 건설 목표를 세계에 선포한 셈이다.

이즈음 미국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클레이트 스왑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향후 몇 년 동안은 (중국 우주산업에서) 스타트업들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시간적으로 상당히 뒤처져 있고, 이는 중국이 미국 정부가 만든 로드맵을 모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 정부의 스페이스X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언급했다.
 
 
'위성 별자리' 구축에...등록 위성만 4만기
실제 최근 중국 민간 우주기업들이 이뤄낸 성과는 중국 우주산업을 이끌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2018년 설립한 우주기업 스쿵다오위(時空道宇·지스페이스)는 2025년 말까지 저궤도(고도 200~1500㎞)에 위성 72기를 안착시켜 '위성 별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스페이스는 지난달에 위성 10기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현재 총 30기의 위성을 운영 중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위성 별자리 프로젝트 ‘천범성좌(千帆星座)’와는 별개다. ‘중국판 스타링크’로도 불리는 천범성좌는 2030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위성 1만5000기를 쏘아 올려 위성 기반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위안신(上海垣信)이 맡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 외에 민간기업들까지 위성통신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등록된 중국 위성은 4만기를 넘어섰다. 쏘아 올릴 위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로켓 발사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위성 4만기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로켓당 위성을 30~50기 적재할 수 있다고 해도 로켓을 수백번 이상 발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 발사 수요 증가로 재사용 로켓 개발 속도↑
지난 9월 12일 중국 최초의 민간우주기업 란젠항톈이 ‘주췌3호’의 10㎞ 수직 이착륙을 위한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란젠항톈]

로켓 발사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발사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바로 재사용 로켓이다. 중국에서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것 역시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기업들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으로는 2015년 6월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민간 우주기업 란젠항톈(藍箭航天·랜드스페이스)을 꼽을 수 있다. 란젠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액체 메탄과 액체 수소를 추진체로 하는 로켓 ‘주췌2호(직경 3.35m, 높이 49.5m, 무게 219t, 추력 268t)’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이후 5개월 만에 주췌2호에 위성을 실어 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액체 메탄 연료 개발에 있어서는 스페이스X도 앞선 것이다. 차세대 연료로 각광받는 액체 메탄은 케로신(등유)과 달리 연소 후 찌꺼기가 거의 남지 않아 재사용에 적합하다.

주췌2호보다 업그레이드된 란젠의 야심작 ‘주췌3호’는 지난달에 10㎞ 수직 이착륙을 마치고 무사히 복귀하는 임무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주췌3호는 직경 4.5m, 높이 76.6m, 무게 660t으로 우선 규모 면에서 주췌2호를 압도한다. 또한 수직 이착륙을 통한 회수 기능이 추가돼 최대 20회 재사용할 수 있다. 운반 능력뿐만 아니라 비행 효율성까지 크게 향상된 것이다. 란젠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주췌3호는 아직 시험용으로 내년 1분기에 탑재중량이 12~21t에 달하는 주췌3호 완성형의 첫 비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주췌3호 발사를 총 3회 시도해 1단계 추진체 회수에 성공하는 게 목표다.

둥카이 주췌3호 부수석 엔지니어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현재 스타십과 격차는 매우 분명하다. 직접 비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따라잡고 넘어서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 목표는 팰컨9의 안정적인 발사와 회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으로 활약해 온 팰컨9은 1단계 추진체를 회수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스타십처럼 발사대로 회수되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진 해상 바지선으로 회수돼 회수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판 팰컨9’으로 불리는 톈룽3호를 개발한 톈빙커지(天兵科技)도 2019년 설립된 민간기업이다. 직경 3.8m, 높이 71m, 무게 590t에 달하는 톈룽은 최대 17t(저궤도 기준)을 탑재할 수 있어 팰컨9과 동급으로 평가된다. 란젠이 주췌3호를 내놓기 전까지 중국 민간기업이 개발한 최대 크기 로켓이었다. 톈룽3호 연료는 액체 수소와 케로신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나 지난 7월 진행된 시험 발사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밖에 선란항톈(深藍航天), 싱지룽야오(星際榮耀) 등 민간기업들도 재사용 로켓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유' 지원 집중했던 中정부도···'민간'에 눈길
국유기업 지원에 집중했던 중국 정부도 최근에는 민간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업무보고에서도 상업용 항공우주 관련 내용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하이난 원창 발사장도 내년부터 민간기업들에 개방할 예정이다. 이 발사장은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토양 샘플 채취에 성공한 ‘창어 6호’가 발사된 곳으로 지금까지는 국유기업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인근에는 원창우주항공슈퍼컴퓨팅센터도 세워졌다. 중국 정부가 12억 위안(약 233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완공한 원창컴퓨팅센터는 중국 유일의 우주산업 관련 슈퍼컴퓨팅 시설이다. 특히 이곳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기 전인 2022년 확보한 엔비디아 A100 프로세서가 장착된 슈퍼컴퓨터 36대가 설치돼 있다. 링컨 하인즈 조지아 공과대학 교수는 이 센터가 세워진 데 대해 “(민간기업) 지원 강화에 대한 고위급의 입장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