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상용화 새 역사' 스페이스X, 화성 넘어 목성까지 바라본다
2024-10-14 15:10
발사탑 '로봇팔'로 1단 슈퍼헤비 로켓 잡아서 회수
재사용 시간 단축, 비용 절감 가능해져
첫 시도에 성공 쾌거..."공학 역사에 길이 남을 날"
재사용 시간 단축, 비용 절감 가능해져
첫 시도에 성공 쾌거..."공학 역사에 길이 남을 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선 상용화를 향한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우주선 추진체 회수에 성공하면서 우주선 상용화에 한발짝 더 가까워진 것이다.
스페이스X는 13일 오전 7시25분(미국 중부시간)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 있는 스타베이스 발사장에서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 스타십의 다섯 번째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이번 시험비행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스타십은 1단 ‘슈퍼헤비’(높이 71m, 직경 9m)과 2단 ‘스타십’(높이 50m, 직경 9m)으로 구성돼 있다. 발사 이후 약 3분 만에 전체 스타십과 분리된 슈퍼헤비는 이후 약 4분 후 발사 지점으로 돌아왔고, 발사대에 설치된 로봇팔이 마치 젓가락으로 음식을 잡는 것처럼 슈퍼헤비를 잡아 다시 발사대에 고정시켰다. 이 순간 통제실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스페이스X가 회수 기술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시도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2015년부터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으로 활용돼온 ‘팰컨9’에도 회수 기술이 적용되긴 했지만, 발사대로 바로 회수되는 것이 아니라 발사대에서 멀리 떨어진 별도의 착륙장에 내려오기 때문에 재사용을 위해서는 한 달여의 시간을 들여 로켓을 다시 가져와야 했다. 이번처럼 추진체가 발사대에 바로 되돌아오면 재사용 시간이 단축되고 물론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로켓 상용화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스타십 1회 발사에 드는 비용을 1억 달러로 추산하면서 로켓 재사용이 가능할 경우 비용이 5000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스페이스X의 최종 목표는 1단과 2단을 모두 발사대로 회수해 빠르게 재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단 회수는 아직 시도되지 않았다. 이날도 스타십은 고도 212km에서 궤도 비행을 하며 지구를 돌다가 1시간여 후에 목표 지점인 인도양 해상에 착륙했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가 스타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위성과 승객을 태울 스타십 우주선 자체 외에 부스터를 완전히 회수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 연방항공청(FAA)도 시험발사 허가 승인에 속도를 내며 스페이스X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초 이번 발사에 대한 허가도 11월 말까지 승인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FAA가 전날 승인했고 승인 하루 만에 발사가 이뤄졌다. 나사(NASA)의 달 탐사 계획에서 스타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26년 9월로 잠정 예정된 나사 아르테미스 2호의 무인 달 착륙 비행에도 스타십이 활용된다.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를 일생의 목표로 삼고 있고, 나사 역시 2030년대에 인류를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오늘 부스터 포착과 다섯 번째 스타십 비행 테스트에 성공한 스페이스X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하에 지속적인 테스트를 하면서 달의 남극 지역과 화성 탐사 등 우리 앞에 놓인 대담한 임무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나사는 이날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이르면 14일 낮 12시 6분(한국시간 15일 오전 1시 6분)에 발사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탐사선은 지구를 떠난 이후 5년 반 동안 약 29억㎞를 이동해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한 뒤 유로파 주변을 근접 비행하며 유로파의 환경을 샅샅이 조사할 예정으로, 역시 스페이스X가 이 임무를 책임진다. 스페이스X의 우주를 향한 도전이 화성을 넘어 목성까지 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