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시장은 성장세인데…중소기업 자금은 빈익빈 부익부
2024-10-22 17:00
중기 대출 1028조 역대 최대, 9개월 연속 성장…비우량 기업 비중 낮아져
# 20년 업력을 가진 A인테리어 업체는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앞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원에 대한 대출금리가 기존 7%에서 13%까지 두 배가량 뛰면서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급기야 매출이 0원이 된 게 원인이 됐다. 이에 빚을 갚는 건 물론 추가 운영 자금 확보도 어려워졌다.
A인테리어 업체처럼 추가 운영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자 신용도가 낮아졌고, 높아진 대출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환능력마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우량기업에 자금이 쏠리며 중소기업 간 대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1028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뒤 12월(999조9000억원)을 빼고 계속 1000조원대를 유지했다. 올해도 지속적으로 성장세다. 6월까지 중소기업 대출은 반년 만에 28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5조원 이상인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우량기업에 공급이 몰리며 양극화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비우량 중소기업은 최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경기 침체로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은행에서 추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신용도가 낮아진 중소기업은 기존 대출금리마저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7% 이상 금리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그만큼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통상 기업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는 높아진다. 대출금리가 7% 이상인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지난해 1월 7.6%에서 올해 8월엔 2.3%로 3분의 1 토막 났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산업연구실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민간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확대 대상이 우량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량 기업에 낮은 금리로 자금이 쏠리면서 중기 금융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