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유출 논란 일파만파…수험생들 집단소송 이어지나
2024-10-21 16:36
연세대 수시 논술문제 1시간 전 배포, 온라인 유출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수험생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1일 집단 소송을 추진 중인 수험생 A씨에 따르면 시험 무효소송에 참여하는 수험생들은 이날 전자소송을 통해 연세대를 상대로 시험 무효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A씨는 "수험생들이 자발적으로 증언하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며 "직접 문제를 유출한 학생의 제보와 더불어 문제 오류, 정정 과정에서 부실한 시험 관리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세대 수시 논술 문제가 시험 전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들은 논술시험 무효 소송과 함께 시급성을 고려해서 시험 결과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할 계획이다. 한 집단소송 참가자는 "입시라는 게 이미 합격자 발표가 나버리면 문제가 있어도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처분을 신청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6일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학교 논술 집단소송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게시물에는 "학교 측이 의미 없는 해결책을 내놓음에 따라 자연계열 수리논술 재시험을 위한 집단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글과 함께 수험생·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가 적혀 있다.
시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험생이 촬영한 듯한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됐다. 한 커뮤니티에는 오후 1시~오후 1시 30분 '1번(문제) 아까 말한 도형 맞나' '유출됐다는 게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인가' 등 시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경위 파악을 당부하고 "책임자는 철저히 문책하고,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학별 고사를 철저하게 관리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연세대 측은 시험 이튿날인 13일과 1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만 연세대는 이번 논술시험에서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돼 입시의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대학 측이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해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연세대는 촬영된 시험지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확산된 것과 관련해 신원이 특정된 2명과 특정되지 않은 4명 등 총 6명을 서대문경찰서에 업무 방해 혐의로 15일 고발한 상태다. 16일에는 논술시험 과정에 공정성 훼손 사실이 있었는지 전반을 수사해 달라고 추가로 경찰에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논술시험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6명 등을 대상으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연세대 측 조치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입 관련 대학별 고사는 별도로 관리·감독 규정이 없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전형 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경과를 보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구 대변인은 "연세대가 조치를 하고 있어 결과가 끝난 다음에 교육부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지금 교육부가 감사 나갈 단계 등을 결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저희(교육부)가 재시험을 봐야 한다, 안 봐야 한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가 내부적으로 조사를 신속하게 마치고 공정성 등 책임지겠다고 수사의뢰했다는 것은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