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들어가려 금융사 경력 포기한 사람 늘었다

2024-10-21 06:00
블라인드 공채에도 '중고신입' 증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2024.09.2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감독원이 2025년 5급종합직원(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종전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 직원으로 입사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졸 신입을 채용하겠다며 블라인드 채용까지 도입했지만 신입 직원 절반 이상이 금융권에서 1~3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치 금감원 신입사자 평균 경력(인턴 제외)은 1.6년으로 전체 신입 비중 중 4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보험사 2.4년, 은행 1.7년으로 금융업 신입 직원들 경력 기간이 가장 길었고, 기타(금융, 증권 유관기관 등) 1.5년, 운용사 1.4년, 증권사 1.1년 등 금융투자 관련 경력도 기본 1년 이상은 넘었다.
 
금감원 중고 신입 비중은 매년 엇비슷한 것으로 집계되고는 있지만 최근 3년 사이 중고 신입 비중은 해당 수치를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자료=강훈식 의원실

금감원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따르는 만큼 지원자의 구체적인 학력 수준, 과거 종사했던 회사 이름 등은 파악할 수 없다. 도입 당시에는 우수한 대졸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해당 직군에 다양한 경험이 있는 전문 경력직 입사가 늘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금감원은 신입 직원으로 외국계 금융회사 경력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1975년생을 채용했다. 30대를 넘어 40대까지 금감원에 신입 직원으로 입성하자 학교를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은 금감원에 취업하려면 중소형 증권사에 먼저 입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얘기한다. 

금융권 취업 커뮤니티 회원인 한 취업 준비생은 “체감상 금감원 내 중고 신입 비중은 80%정도”라며 “중소형 증권사에 먼저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것이 금감원 입사에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용 방식은 각종 금융 리스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직원을 뽑아 업무에 바로 투입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 같다”면서 “금융권 경력이 있는 신입들은 워라밸과 업무 만족도가 낮으면 바로 퇴사하는 사례가 많아 원 내부에서 채용 방식에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권 전체에서 기존 경력을 포기하고 더 좋은 직장, 가능하다면 금감원에 입사하겠다는 중고 신입이 늘고 있어 이직률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에서 금감원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두드러지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부산에 본사가 있는데 발령 직전 금감원으로 옮기려는 직원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 3년은 다니는 것이 예전 관례였다면 지금은 1년만 채우고 떠나는 이들이 많다”며 “금융권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스펙이 좋아 이직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