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우군' 트라피구라 회장 11월 방한…최윤범 만난다

2024-10-18 08:30
지분 1.49% 보유 우호지분
경영권 분쟁서 '백기사' 역할 주목
자사주 매입·지분 교환 등 거론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겸 CEO(왼쪽)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우군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이 다음 달 방한해 최 회장과 회동한다. 트라피구라는 막대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최 회장 측의 '백기사' 역할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는 다음 달 중순 한국을 방문해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과 만날 예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트라피구라 측의 방한 일정이 확정됐으며, 최 회장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액이 약 335조원(2443억 달러)에 달하는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과 원료 구매 등 여러 사업 분야에서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트라피구라는 2022년 고려아연 자사주를 2000억원에 매입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 현재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 중이다. 트라피구라가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트라피구라는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와 1850억원 규모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연간 2만∼4만톤의 니켈 원료 조달 계약을 맺는 등 최 회장의 신사업 투자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출신으로,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제레미 위어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을 통해 양측은 자사주 매입, 지분 교환, 주식 장내 매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트라피구라가 최 회장 측의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풍·MBK연합과 고려아연 경영진의 지분 차이가 1~2%로 근소한 상황에서 트라피구라의 지지는 경영권 방어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레미 위어 현 CEO와 차기 CEO 리처드 홀텀이 함께 방한하는 것도 트라피구라가 고려아연과의 장기적 협력에 큰 의지를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라피구라의 CEO 교체는 내년 1월 1일 예정되어 있으며, 위어 회장은 회장으로 남고, 리처드 홀텀이 새 CEO로서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