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K증시 이탈 가속] 주식에 이어 ETF도 韓보다 美… 개인자금 32조원 국내 증시 이탈

2024-10-18 04:49
국내, 낮은 수익률에 해외로 이탈
대기성 자금 작년比 6조 가량 감소
올 증시 거래대금 1.4조… 80.3%↓

[그래픽=김효곤 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미국을 포함한 해외 증시에 투자한 자금 규모가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 12조원, 상장지수펀드(ETF) 순설정(입금)액 20조원으로 도합 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10월 16일까지 미국에서 88억4183만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체 해외 주식 결제금액보다 큰 수준이며,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미국에 집중됐다.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895억9260만 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보관금액 중 66.4%를 차지한다. 해외 주식 보관금액은 1349억8385만 달러로 작년 말 1041억8835만 달러에서 307억9550만 달러(29.6%) 증가했고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42조원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자금도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 자산에 더 많이 투자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펀드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 순설정(입금)액은 올해 14조원이었는데, 같은 기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의 순설정액이 그보다 6조원 더 많은 20조원으로 집계됐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거래가 위축된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해외 증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거래대금은 1조37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3%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 대기성 자금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증시자금추이 통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증권거래 계좌에 보관한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6일 기준 53조3600억원이었다. 이는 올해 1월 2일 59조4949억원에서 10.3% 감소한 규모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또 다른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연초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김홍곤 KB자산운용 AI퀀트·다이렉트인덱싱 운용본부 전무는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이 엔비디아, 애플 한 종목보다 작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비중이 작고 미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굳이 부진한 국내보다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고 최근 자동환전 등으로 편의성이 높아진 해외 투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