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간첩단' 누명쓰고 7년 옥살이…54년만에 9억원 형사보상금

2024-10-14 15:46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54년 전 이른바 '유럽 간첩단'으로 몰려 7년간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공안 조작 사건 피해자가 보상금 9억원을 받게 됐다. 20대 때 간첩 누명을 썼던 피해자는 80대가 돼서야 일부 금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4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남기정·유제민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국가가 김신근씨(82)에게 형사보상금 9억12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가가 구금이나 재판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이다. 당시 고려대 대학원생이었던 김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기소됐다. 

김씨는 1970년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확정 판결을 받아 복역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에 함께 연루된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은 같은 해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72년 7월 집행됐다.
 
박 교수와 김 의원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두 사람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며 2015년 무죄 판결이 확정돼 누명을 벗게 됐다. 

이어 이들과 함께 간첩으로 의심받았던 김씨도 2022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김씨에 대해서도 중앙정보부가 불법으로 구금·연행한 후 폭행과 물고문, 전기고문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재심에서 김씨가 여전히 일부는 유죄라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지난 7월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