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최고 연체율' 제주銀…지방은행, 건전성 빨간불

2024-10-10 18:00
중소 중심 대출에 지방은행 연체 급증…제주, 고정이하여신비율 '1.42%'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주은행이 9년여 만에 최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나타내며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뜻한다. 다른 지방은행 역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급증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은행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556억56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808억1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은행은 '고정이하여신'을 사실상 회수 불가 대출로 분류한다. 반년 새 250억원이 넘는 대출이 부실채권이 된 것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98%에서 1.42%로 0.44%포인트(p) 커졌다. 이는 2015년 3월 말(1.82%)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제주은행뿐 아니라 다른 지방은행도 여신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한편 지방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영 사정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상환능력이 좋은 대기업과 달리 통상 중소기업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영향으로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지방은행(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의 전체 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57.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주은행을 뺀 4개 지방은행의 총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2352억원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1970억원 늘어 가장 증가 폭이 컸고 △광주 294억원 △경남 182억원 순이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전년 말 대비 올라 0.43~0.74%를 보였다
 
여신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지방은행은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도 확대했다.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팔거나 회계상 손실 처리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를 포함한 5개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총 9804억원에 달한다. 5322억원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던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금액은 84% 급증했다. 올해 1분기 3763억원에서 2분기 6041억원으로 규모는 더 커졌다.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는 점차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내주는 지방은행 특성상 경기가 어려워지면 연체율이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