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이재훈 하나투어 팀장 "취향맞는 또래끼리 '밍글링 투어'…2030에 패키지여행 매력 알렸죠"

2024-10-11 06:00
공통테마 즐길 수 있는 프로… 호스트·참가자간 교류 활발
라이프스타일 등 적극 반영… '몽골 로드트립' 등 완판행진
"젊은고객층 패키지시장 규모 커져 다양한 상품들 나왔으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이재훈 하나투어 SIT/MICE 상품팀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하나투어]

"밍글링 투어를 기획하면서 어른들의 전유물과 같았던 패키지 여행이 20·30세대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밍글링 투어'는 호스트를 중심으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 테마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하나투어만의 신개념 여행 프로그램이다. '섞이다' '어우러지다'라는 뜻인 밍글(mingle)에서 착안했다.

호스트는 여행에서 가이드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행 출발 전 오리엔테이션부터 귀국 후 뒤풀이, 여행 중 미션 수행까지 전 과정에서 호스트와 참가자가 활발하게 소통한다. 분야별로 특화된 호스트들이 여행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더욱 특별한 여행을 만든다.

본지는 최근 '밍글링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투어 SIT/MICE 상품팀 이재훈 팀장을 만나 밍글링 투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고객 반응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재훈 팀장은 "하나투어 패키지여행 예약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타 연령대에 비해 낮아 연령대 확대와 상품 다각화를 위한 목적으로 밍글링 투어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SIT팀 전신인 인문학팀에서는 중장년층을 주 타깃으로 전문가 동행 인문학 테마여행을 기획해 운영했다. 인문학 테마라는 무게감을 조금은 낮춰 가볍고 흥미 위주로 테마를 선정하면 더 다양한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테마여행이 될 것 같았고 장기적인 잠재 고객인 MZ세대 유입을 기대하면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훈 팀장이 밍글링 투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하나투어]

그렇게 탄생한 것이 보홀 프리다이빙 여행과 대만 위스키 여행, 베트남 사파 힐링여행 등이다.

특히 이 팀장이 상품 기획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여행자들 간 '교류'였다. 그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취향과 연령대가 비슷한 여행 친구 만들기,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명확한 메인 테마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다"면서 "여행 출발 전 온·오프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해 미리 어색함을 줄여주고, 혼자 와도 여행 당일부터 바로 즐겁게 여행하고, 다녀와서도 계속 교류하고 또다시 같이 여행할 수 있게 한 것도 밍글링 투어의 중요한 기획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고객 성향을 충분히 반영한 점도 기존 패키지 상품과 다르다.

그는 "고객 연령대가 대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임을 감안해 소비 패턴, 라이프 스타일 등을 반영했고 수업이나 연차 부담이 작은 주말을 낀 적당한 가격대와 랜드마크 관광보다는 해당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테마를 상품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대부분 밍글링 투어 상품은 20·30대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당일 완판, 추가 앙코르 등 단시간에 완판이 이어졌다. '밍글링 투어 몽골 로드트립 편'은 오픈 3분 만에 모집 완료돼 예약 인원을 한 차례 증원했고, 지난 5월 2차 오픈도 5분 만에 마감돼 인원을 추가 증원하는 기록을 연달아 세우기도 했다.

올해 3월 출발한 보홀 프리다이빙 편을 시작으로 최근 8월까지 진행한 총 8편에 이르는 밍글링 투어 고객 평점은 평균 4.71(5점 만점)에 이른다.

이 팀장은 "누구나 즐겁게 여행할 수 있게 해줄 호스트, 명확한 메인 테마, 비슷한 또래끼리 여행 그리고 하나투어가 주는 신뢰감과 안정감이 작용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보홀 프리다이빙 편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이서영 호스트를 중심으로 매주 소모임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여행지에서 프리다이빙 자격증 취득 이후 다음 단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함께 모여 강의를 수강 중이다.
 
밍글링 투어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하나투어]

젊은 층이 밍글링 투어라는 패키지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을 묻는 질문에 "조사해보니 젊은 층이 패키지 여행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요소는 쇼핑, 옵션, 관광지 위주 이동 등이었다"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이라면 또래끼리 취향과 목적이 명확하고, 충분한 자유 시간이나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답했다.

이 팀장은 20·30대 고객 의견을 바로 상품에 반영했다. 앞서 판매했던 '대만 위스키 투어 편'이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예시다.

그는 "전문가 동반 여행을 기획했을 때 테마와 크게 상관없는 랜드마크 관광을 진행하면 고객들이 싫어한다는 부분을 반영해 밍글링 투어 대만 위스키 편을 기획했다"면서 "대만에서 유명한 101타워, 화련, 야류는 과감히 빼고 20·30세대가 좋아할 지우펀, 스펀 천등 날리기만 진행했는데 긍정적 후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광 일정을 더 빼고 테마와 관련된 위스키숍을 더 가고 싶다는 후기를 보고 생각보다 더 위스키에 진심인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밍글링 투어 상품이 처음부터 호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 팀장은 "크루즈여행의 매력을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서 캐주얼한 '호주 크루즈 여행' 상품을 선보였는데 모객이 다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크루즈는 어른들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컸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인플루언서와 떠나는 여행도 시도했는데 인플루언서 인지도에만 집중돼 있었다. 그때 개인 인지도보다 젊은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테마를 찾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객들 피드백을 반영해 거듭 보완한 끝에 '밍글링 투어'는 패키지 여행을 낯설게 느꼈던 젊은 고객층을 패키지 시장으로 끌어오는 계기가 됐다. 이 팀장은 하나투어 밍글링 투어를 계기로 여행업계에 20·30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 상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팀장은 "타사들도 밍글링 투어와 비슷한 20·30대 전용 패키지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커져야 우리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시장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팀장은 또 "밍글링 투어는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테마와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밍글링 투어가 20·30대 사이에 신 나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졸업 선물, 입학 선물, 입사 선물 등 나를 위한 특별한 여행이자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