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칼 빼든 금감원…"시세조종 여부 등 살펴볼 것"

2024-10-09 12:00
고려아연ㆍ영풍 '진흙탕 싸움'...서로 "불공정행위 있었다" 주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칼을 빼들었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MBK 연합) 측이 각자 민원을 넣자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장 교란 등 공개매수 과정의 불공정 이슈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영풍정밀은 전 거래일 대비 2.58% 내린 3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보합으로 출발한 고려아연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조사 지시가 알려지며 전 장 대비 -4%까지 떨어졌다가 -0.51%수준까지 회복했다. 고려아연은 앞서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돼 이날부터 3거래일간 30분 단위 단일가매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영풍은 2.75% 하락했다.

전날 오전 이복현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 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 착수를 직접 지시했다.

이 원장은 “공시 이전에 공개 매수가보다 고가로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가 과장 됐다고 주장하는 등 풍문 유포 행위와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등이 있다”며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이 서로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며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양측에서 민원 성격의 진정서가 접수됐다”며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는 양측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 판단과 함께 불공정 거래는 없는지 등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보는 불공정 거래 기준은 크게 4가지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장 교란이다. 양측이 넣은 진정서 내용이 해당 기준에 부합할지가 관건이다. 

지난 4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자금 2조6635억원 중 1조5000억원을 회사 내부 자금으로 활용한다고 공시했다가, MBK연합 측의 배임 의혹 제기 후 메리츠증권에서 발행한 회사채 1조원을 차입금으로 재분류하고 5000억원만 실제 내부 자금으로 투입한다고 정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자는 매수 자금을 자기자금과 차입금으로 구분하고, 차입금의 경우 차입처를 밝혀야 한다.

고려아연도 MBK의 공개매수가 인상 부담을 영풍에 상당 부분 떠넘기도록 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MBK 연합 측이 콜옵션 계약 구조를 공개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배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는 오직 MBK에만 헐값에 고려아연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불공정 행위이자, 영풍에 가장 중요한 자산을 헐값에 넘기는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MBK 연합은 지난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를 고려아연 측과 같은 83만원으로 높였고 공개 매수 마감일을 오는 14일로 늦췄다. 양측의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MBK 측은 9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가를 더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 연합이 지난 2일 새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결과도 변수다. 법원은 영풍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대해 제기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영풍 측은 당일 추가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해 오는 18일 1차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