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지속가능한 천연가스 수급 방안

2024-10-08 05:00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에너지경제연구원]
1986년 액화천연가스(LNG)가 국내에 처음 수입된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천연가스 산업은 이제 국가 에너지 수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발전·산업·난방 등 다양한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우리 삶과 경제 발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스 공급 중단 사태를 겪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탁월한 수급 관리 능력을 증명하는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안겼다.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와 가격 수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천연가스를 LNG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가격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인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LNG 시장의 가격 변동성 확대는 수입 가격 불안정에 그치지 않고 국가 에너지 수급 계획과 정책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 계획에서는 향후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나 그럼에도 수급 안정을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정부는 수입국 다변화, 계약 포트폴리오, 계약 지수 다양화 등을 통해 공급·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당분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석탄 발전 축소로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천연가스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 비율 증대에 소요되는 시간 동안 LNG의 가교 역할이 더욱 확대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 향상을 위한 가스 산업의 과제를 짚어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스 가격 체계 개선'이다. 현재 국내 가스요금은 장기간 원료비 연동제가 유보돼 국제 시장 가격 변동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왜곡된 가격 신호를 제공해 에너지 절약 의식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가스 수요 급증과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원료비 연동제의 장기간 유보는 지양해야 하며 유보 조항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보 조건 구체화, 경제 효과 분석 의무화, 회수 기간, 한도 제한 규정 신설 등을 포함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천연가스 비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천연가스 수급 불안은 국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비축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비축 물량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시장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가격 안정 기능도 미흡하다. 따라서 비축 물량 사용 조건 완화, 완충 재고, 운영 재고 운영 등을 통해 시장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발전 연료 확보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전력시장에서는 발전에 필요한 연료의 재고량은 고려되지 않으며 전기사업법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전기 공급 의무 이외에 가스 연료 확보와 관련된 별도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비축 의무는 발전 부문뿐 아니라 도시가스 수요를 포함한 국내 천연가스 수급 전반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현재 비축 물량 규모가 전력 수급 불안정에 대한 적절한 대응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비용 부담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발전 사업자들이 일정 수준의 연료를 확보하도록 유인 체계나 의무를 마련해 전력 수급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핵심 자원인 천연가스의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 과제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다. 앞으로도 우리는 국제 천연가스 시장의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끊임없이 강화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