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에 더 다가온 퀘벡

2024-10-29 06:00

이재완 주몬트리올 총영사 [사진=외교부]

캐나다 퀘벡주는 우리 국민에게는 북미의 프랑스, 그리고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퀘벡주 주도인 퀘벡시티는 2016년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유명해졌고, 여전히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퀘벡 구시가지의 소위 '빨간 문(red door)'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서 퀘벡쿠아(퀘벡 사람을 이르는 말) 역시 한국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보통 '빨간 문'과 한국인 관광객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 몬트리올에서 한국과 퀘벡의 관계를 이를 때 언급되는 단어들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첫 번째는 '전기차 배터리'이다. 퀘벡주 정부는 리튬, 흑연 등 풍부한 핵심 전략 광물 매장량 및 청정에너지인 수력에너지 기반의 저렴한 전기료의 강점을 활용하여 북미 대륙의 친환경 배터리 핵심 소재 전진기지를 구축해 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정부는 세계적인 이차전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였다. 퀘벡주 베캉쿠어 및 그랑비 산업단지에서는 현재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솔루스첨단소재, 미래첨단소재 등 우리 기업들은 양극재, 음극재 등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우리 기업이 배터리 부품을 양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포스코퓨처엠 현지 채용 직원이 한국을 방문하여 직무교육을 받았고, 퀘벡주 에너지전환 대표단도 방문하여 포항의 양극재 공장을 견학하고 산업 및 인력 육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향후 친환경 비즈니스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완성되면 한국과 퀘벡의 경제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산불 협력'이다. 우리 정부는 작년 캐나다의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소방청과 산림청 직원 등 151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를 퀘벡 르벨-슈흐 퀘비용에 한 달 동안 파견하였다. 캐나다 CBC 방송은 퀘벡주에서 산불을 끄고 있는 캐나다 소방당국 및 미국 구호대와 함께 진화 작업을 하는 우리 구호대의 활약상을 보도하면서 한국전 동맹국들이 산불과 싸우기 위해 70여 년 만에 다시 뭉쳤다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퀘벡에 산불 진화 구호대를 파견한 아시아 최초 국가였을 뿐만 아니라 퀘벡주는 우리나라가 산불 대응 협력을 최초로 추진한 지역으로, 퀘벡 정부와 주민들은 파견 기간뿐만 아니라 복귀 후에도 우리 구호대의 진화 활동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있을 만큼 2023년 양측의 기후 위기 대응 협력은 양측 간 관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음식'이다. 주몬트리올총영사관은 올해 8월 말 퀘벡주 몬트리올 시계탑 부두에서 한국 음식문화 축제인 한국주간 행사(La Semaine de la Corée 2024)를 개최했는데, 나흘 동안 4만2000명이 방문하여 한국 음식과 문화를 즐겼다. 여름 동안 많은 음식문화 축제가 열리는 몬트리올에서도 독보적이었던 한국주간 행사 결과는 한국 음식 문화가 퀘벡주민들에게 이미 얼마나 다가갔는지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재 몬트리올에만도 약 180개의 크고 작은 한국 음식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맥길대학교 근처 한국 식당들에서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김밥, 불고기, 한국식 돈가스를 사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퀘벡주 역시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관계에 발맞추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퀘벡주 정부는 다른 주정부와 달리 세계 곳곳에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초 한국에 있는 퀘벡주 해외사무소를 격상하고 인원을 보강하였다. 또한 올해 중반 서울시와도 우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리 총영사관과도 인도·태평양 전략 콘퍼런스를 공동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퀘벡과 함께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