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싱가포르 모빌리티 실험실' 판매도 혁신도 질주

2024-10-06 18:00

싱가포르 현지 제조를 시작한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 현지 생산으로 전기자동차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싣게 될 전망이다. 

6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대수는 1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6% 증가했다.

현대차는 신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82.6% 늘어난 941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첫 번째 글로벌 혁신 센터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통한 현지 생산으로 판매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를 얻는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초 '셀 방식' 주문형 완성차 생산 시설이다. 대량생산에 특화된 컨베이어벨트가 없이 부품 분류부터 제조, 검수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지며 179대의 로봇이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 약 4126억원을 투자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차량 구매 비용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다. COE는 한달에 두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만 사고 팔 수 있는데 1600cc 이상 자동차는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 중이다. 이 밖에도 등록세, 도로 이용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차를 살 수 있다. 아이오닉 5의 가격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차량취득권리증(COE)을 포함해 20만싱가포르달러(약 1억9200만원)를 넘는다. 
 
[사진=아주경제DB]
현대차는 현지 생산으로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HMGICS에서는 지난해부터 첫 모델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한데 이어 지난달 7월 아이오닉 6 양산에도 돌입했다.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에서 차체를 수입하고 다른 부품은 한국에서 들여와 사용하지만 아이오닉 6는 차체도 한국에서 직접 가져다 쓴다. 

기아는 올해 1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를 현지에 출시했다. 기아 EV9는 싱가포르 시장에선 보기 드문 대형 전기 SUV다. 친환경 SUV인 니로 전기차(EV)도 판매 중이다. 두 달 전인 올 8월에는 다목적차량(MPV)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싱가포르에서도 출시했다.

싱가포르는 현대차그룹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핵심 거점은 넘어 미래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경유를 사용하는 공영 버스 6000대 가운데 절반을 전기버스로 교체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는 디젤차, 디젤택시의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앞으로 코나 등 전기차도 확대해 HMGICS의 연 생산량을 3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자율주행 레벨 4 기술을 갖춘 아이오닉 5 로보택시도 HMGICS에서 생산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 기반 제어시스템,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HMGICS에서 개발한 기술·기법, 플랫폼을 전 세계 공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8∼9일 윤석열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에 동행해 경제사절단 행사를 소화하는 동시에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전경 [사진=현대차]